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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Dec 10. 2017

나짱 도착

#나짱 도착 #또 택시를 탔네 #또 바가지      


나짱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호찌민에서는 구글맵만 있으면 버스 타는 건 문제없었지만, 지방에서는 대중교통 노선이 아예 서비스가 안 된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호찌민에서 공항 이동할 때 나선 택시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에 ‘깜랏공항에서도 그 택시만 타면 문제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미터기가 3000동씩 오르는 거다. 안 되는 영어로 왜 이렇게 오르는 거냐고 물어봐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아니면 못 알아들은 척하는) 택시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또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느라 목적지는 한참 남았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고속도로가 따로 있었음에도 택시 기사가 돌아가는 길로 간 것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착실하게 팁까지 스스로 챙겨갔다. 캐리어 내려준 것에 대한 자체 팁인가? 시작부터 조짐이 안 좋다.


#나짱 시싱부티크호텔(Seasing Boutique Hotel) #룸 업그레이드 효과 


     

바가지 택시로 기분은 별로인 데다 배도 고파서 예민한 상태로 호텔에 들어섰다. 이 호텔은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던 곳은 아니다. 원래 나짱 일정 3일 내내 에어비앤비로 다른 호텔을 예약했으나, 그 호텔 측이 예약 일정을 착오해 나짱 첫날 남은 방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하루는 다른 숙소에서 자야 했다. 이번에는 에어비앤비 대신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방을 구했다. 나짱 시싱부티크호텔은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부티크 호텔의 장점을 살려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결정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들이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고 친절했다. 원들의 친절함을 증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룸 업그레이드를 해줬다는 것이다. 그것도 스위트룸으로! 살면서 복권, 경품 당첨 같은 건 한 번도 된 적이 없었는데, 내 인생에서 처음 겪어본 행운이다. 안내를 받아서 올라가니 예약 당시 화면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방이다. 퀸 사이즈 더블 침대에 좌식 테이블, 간단한 주방도구도 갖췄다. 무엇보다도 문 열면 나짱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반 정도 오픈돼 밖을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가 내 맘을 사로잡았다. 비도 오고 시간도 늦어서 호텔 룸서비스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뜨끈한 쌀국수와 볶음밥을 먹으니 공항에서의 사건들, 비행 피로, 바가지 택시의 불쾌함이 이 안에서 치유되는 느낌이다.   


업그레이드 된 객실 내부(출처: 호텔스닷컴(http://hotels.com))


관광도시인만큼 해변을 따라 호텔이 늘어서있는 나짱. 베트남 관광객 수는 매우 빠르게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천만 명을 찍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관광산업에 발맞춰 호텔과 리조트 산업 또한 활황이다. 올해만 해도 여름 성수기에 나짱 내 3~4성급 호텔의 객실은 예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하니, 호텔과 리조트 건설이 왜 붐인지 이해가 된다. 이미 나짱에는 현지 대기업들의 리조트 외에 힐튼, 매리어트, 인터콘티넨탈 계열의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몰려있다. 앞으로는 증가하는 관광수요로 인해 시싱부티크호텔처럼 특색 있는 호텔들도 많이 지어져서 시장이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급 환경에서 깊은 잠을 잤다. 신유는 새벽부터 일어나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정말 떠나기 싫은 마음으로 체크아웃을 하는데 직원들이 선물로 로부스타 커피 원두와 핀 드리퍼 세트까지 세심하게 챙겨준다. 신유는 한국에서 챙겨 온 마스크팩을 답례로 줬다. 항상 호텔을 이용할 때 ‘내가 낸 돈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그냥 하룻밤 묵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마음에 쏙 드는 숙박서비스가 여행 만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시싱부티크호텔이 알려줬다.




신유

                           

나짱 시내를 돌아 하룻밤만 자게 될 시싱부티크호텔에 도착했다. 방금 지나온 불빛이 번쩍번쩍한 시내에서 15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온 동네라 조용하고 어둑어둑하다. 원래 예약한 숙소에서 예약 상황이 변경되는 바람에 묵게 된 호텔이라는 것 밖에는 전혀 정보가 없었다. 단지 ‘부티크 호텔’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내부가 예쁘다. 당시 나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매회 챙겨보고 있었는데 호텔 1층에 타자기로 ‘XIN CHAO(신짜오, 안녕하세요)’라고 타이핑된 소품이 눈길을 끌었다.  


로비에 놓인 타자기가 인사한다. 신짜오(안녕하세요)


그동안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3일을 묵었으니 휴양지인 나짱에서의 첫 호텔 인상이 좋다. 프런트 직원이 1박만 하는 우리에게 룸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Very Big Room'이라며 우리 기대치를 올린다. 베트남에서 여행하는 동안 가장 친절을 느낀 사람들이 이 호텔 직원들이다. 1층에서 기다리는 동안 직원이 우리 여권을 보더니

“나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사랑해요’”

라고 한다. 나도

“베트남어로는 뭐예요?”

라고 물어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여기 직원들의 ‘친절’은 서비스직의 인위적인 친절과는 결이 좀 달랐다. 룸서비스를 배달해준 직원은 우리를 기억하고 다음날 조식 때 인사를 건넬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룻밤이 너무 아쉬워서 나짱에서 남은 일정을 이 호텔에서 머무르고 싶었다.


룸 안에는 이용객 동선을 세심하게 신경 쓴 게 돋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것은 방 안에서 맨발로 다녔는데 발바닥에 거슬리거나 버석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 물걸레로 깨끗하게 청소했다는 뜻이다. 감동이다. 화장실도 들어가자마자 세면대가 있고, 가림막 뒤로 변기, 또 가림 마 뒤로 샤워기, 그 앞에 욕조가 있어서 한꺼번에 네 명이 각각 변기, 세면대, 샤워기, 욕조를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레이아웃이다. 물론 조명도 별도로 되어있다.                       


두 번째는 쓰레기통이다. 입구가 더 넓은 원통 라탄 쓰레기통인데, 보통 발로 눌러 오픈하는 쓰레기통은 평상시 내용물이 안보이다가 페달을 밟는 순간 고개를 젖혀 별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 쓰레기를 굳이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적당한 크기의 이 라탄 쓰레기통은 가운데가 정사각형으로 뚫려있어 따로 뚜껑을 열지 않고도 작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큰 쓰레기는 뚜껑 전체를 열어주면 된다. 사진이 없어서 나만 이해되는 것 같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보시라.


룸 구경을 끝내고 나니 아까부터 허기졌던 배가 더 난리다. 비도 오고 라면 생각이 간절하다. 주방에 인덕션, 냄비, 그릇, 수저세트까지 다 있으니 라면만 있으면 조리도 가능한데, 마트는 호텔에서 너무 멀고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한다. 결국 라면은 포기하고 룸서비스를 시켜보기로 했다. 라면 대신 따뜻한 쌀국수와 볶음밥, 그리고 여독을 풀어줄 사이공 맥주와 감자튀김까지 주문했다. 칼칼한 라면은 아니었지만 공간이 너무 좋으니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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