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유 and 쑥 Dec 30. 2017

에필로그

나짱- 하이퐁- 인천     


#집으로 #공항 로컬버스        

  

사전에 알아봤던 대로 공항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미니밴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도로를 따라 공항으로 가는 길에 택시를 찾아볼 수 없음에서 오는 묘한 배신감과 쾌감이 뒤엉켰다. 하이퐁 공항에서 7시간의 대기시간 동안 시내를 나가볼까도 궁리해봤다. 그러나 소매치기의 후유증이 커서 안전하게 공항에 있기로 했다. 구글링을 해봐도 하이퐁 공항에서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도 없었고, 노란색 테이프로 칭칭 감은 캐리어를 끌고 시내로 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현금 탕진 잼 #베트남 연유 커피 첫 모금 #물 


그동안 현금이 없어 아껴둔 돈을 공항에서 탕진하기 위해 공항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다. 맛은... 공항 만찬에서 베트남 연유 커피를 처음 마셔봤다. 아~ 콩 커피, 하이랜드 커피가 아닌 이걸 마셨어야 했구나! 남은 현금으로 선물용 말린 과일을 사는데 올인했다. 출국절차를 마치고 비행기에서 마실 물을 구입하려는데, 카드가 왜 때문인지 또 안된다. 과일 사느라 써버린 현금이 한국돈으로 약 200원 정도 부족하다.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남자분께 몇 백 원만 좀 달라고 했다. ‘저희가 현금을 다 썼는데, 카드가 또 안 되네요.’      


인천으로 돌아오는 밤 비행기에서 나는 역시 1분도 잠들지 못했고, 쑥은 잘 잤다고 했다. 교통카드로 쑥과 나의 버스 티켓팅에 성공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8월 첫 주에 이 글도 마무리되었다. 기념으로 회식도 했고,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변함없이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되고 있다. 




#쑥  #베트남의 재발견  

    

나는 지금 전남 보성! 녹차밭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후기를 쓰고 있다. 서울에 살다가 베트남을 여행하고, 그 사이 전라남도 보성으로 이사를 했다. 조용한 이 곳에서 어디서나 오토바이 경적소리가 울려대는 베트남을 되새김하는 일은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내 삶에활력을 준다.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주변 지역에 갈 만한 장소-카페, 도서관 등-를 찾아 집 밖을 나오게 되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사실 짧았던 6박 7일 여행의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 다이내믹했기에 다시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드디어 ‘안전한’ 한국으로 돌아간다!” 


밤 열한 시 반에 비행기에 오르면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익숙해서 몰랐는데 길을 건널 때마다 가방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건 세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던가! 헬조선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에 대해서 앞으로 더 애정을 가져야겠다.


#신유 #동남아 국가를 여행한다는 것      


베트남 여행을 하며 택시요금 바가지, 포르셰 매장 직원의 반응, 나짱 소매치기까지 불신과 오감을 동원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일들을 곱씹어보면 사실 좀 재수가 없다.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전하고 많은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에 사는 ‘나’가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한다는 것은 ‘상대적 우월감을 누리고 싶다’는 감정이 숨어있다. 그런데 감히 ‘너네’가 ‘나’에게 이렇게 대우한단 말이야? 한국 드라마며 화장품이며 물어보면 잘 대답해 줄 수 있는데 우리에게 ‘호의를 갖고 대해줘’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이전에 아시아 국가를 여행할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리 공정여행 책을 읽고, 몇 번의 공정여행 콘셉트의 여행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번 여행에서는 자동 잠금장치가 2중, 3중으로 작동했다. 꼭 그래야만 돈을 버나요? 조금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돈을 써야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하자요! 다음번에 또 오고 싶을 정도로요. 


맛나게 먹은 몇 음식들을 떠올리면서 여행을 마무리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빈펄 랜드가 휴양지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