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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Oct 22. 2017

동네 마스터 셰프

#첫 끼 #동네 마스터셰프 #사이공 비어 #성공적



짐만 내려놓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동네를 나섰다. 밤이라 문 연 식당이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했고, 멀리 나가기엔 좀 무서워서 우리 숙소 건너편에 불빛들이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서민 주택과 동네가게들이 섞여 있어, 낮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비가 와서 인지 해가 져서 그런지 문 연 식당은 별로 없었다. 세련돼 보이는 펍 같은 식당을 찜해 놓고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 봤다. 저 안쪽 골목에서 사람들이 줄 서있는 식당이 보인다. ‘저긴 현지인 맛집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갖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이 로컬 식당은 주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골목과 가게의 경계가 모호한 길바닥에 가마솥 두 개와 식재료를 놓고, 주문받은 요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준다. 정말 맛있는 곳인지, 우리가 기다리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손님들이 와서 주문을 한다. 우리는 곁눈질로 사람들이 주로 주문하는 음식을 파악하고, 새우볶음밥과 해물 누룽지탕 같은 볶음요리를 주문했다. 우리가 손짓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는데 옆에서 젊은 여성분이 친절하게도 대신 통역해준다.                          

 

맛집 냄새가 난다. 스멀 스멀
동네 마스터셰프님


먼저 들어온 주문 요리가 나가고 이제 우리 메뉴 차례가 되었다. 사장님 포스의 셰프 아주머니가 일단 물을 부어 웍을 씻고, 거기에 갖가지 메뉴들을 순식간에 넣는다. 그리고 센 불에 휘리릭 볶고 양념을 하더니 3분 만에 메뉴 하나를 완성한다. 더 대박인 건 요리를 일일이 국자로 떠서 담기엔 시간이 아까웠던지, 뜨거운 웍을 행주 한 장에 의지해서 손으로 들어 요리를 담는다. 셰프 아주머니의 요리쇼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순식간에 나머지 요리도 완성되었다. 가격은 총 50.000동(한화 2,500원)에 불과하다.     


우린 각자 하나씩 음식 봉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맛있는 음식을 그냥 먹을 순 없기에 동네 과일가게에서 열대과일-망고스틴과 청귤-과 사이공 맥주도 샀다. 숙소에 와서 샀던 음식들을 그릇에 담고 음식 맛을 봤다. 예상대로 맛있다! 특히 해물볶음요리는 돼지비계만 살짝 눈감으면 시원하면서 감칠맛 나는 해물맛을 즐길 수 있다. 처음 맛 본 사이공 맥주와의 조합도 너무 좋다. 역시 그 셰프 아주머니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강호의 숨은 고수였나 보다. 이후 일정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비싼 음식점도 가보고, 베트남에서 꼭 먹어봐야 할 쌀국수, 반미, 분짜 등 여러 음식을 먹어봤지만 이날 먹은 해물볶음요리는 지금도 다시 맛보고 싶다.





신유     


도착해서 내리던 비가 잦아들었다. 에앤비 스텝에게 근처 맛집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지도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3군데를 추천한다. 그런데 걸어가기엔 좀 멀다. 값비싼 택시비와 피곤함 때문에 먹방 탐험을 할 의지까지는 없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주택가 골목이라 동네 구경삼아 돌아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집 앞 바로 건너편에 작은 골목 시장이 있다. 비도 오고, 분위기가 좋다. 펍, 과일가게, 쌀국수 집 등등. ‘내일 여기 다시 와봐야겠다!’ 하며 골목을 누비다가 무심한 듯 마스터의 분위기를 뿜는 셰프님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 붓 같은 것으로 웍을 닦으시더니 고기와 야채를 볶아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메뉴판을 찍어 대략 괜찮아 보이는 두 개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닭고기 볶음밥과 해물 누룽지탕 비슷한 맛의 메뉴였는데 일하시는 분들 동선이 매우 효율적이다. 오픈 키친의 맨 앞 정면에는 세프 님이 불 앞에서 요리를 시전 중이고 오른쪽에서 메뉴를 받아 포장과 소스를 담으신다. 그 뒤쪽에는 기본 야채를 손질하여 셰프님께 전달 & 완성된 요리 위 고명 야채를 담당한다. 이 모든 걸 정면에 배치하고 손님들은 야외 테이블 1개와 안쪽에서 식사를 하는 구조다. 우리는 이렇게 요리해요! 자신감이 좋았다.



포장해서 오는 길에 과일 가게에서 동남아에 오면 꼭 사 먹는 망고스틴을 사고 청귤도 샀다. 그리고 우리의 첫 만남!! 사이공 비어 스페셜도 함께


숙소에 있는 예쁜 그릇에 기분 좋게 담아 근사한 한 끼를 먹는다. 이 골목길 식당들은 호찌민에서의 첫끼와 마지막끼를 맛있게 대접해주었다.



[우리가 사랑한 맥주] 사이공 비어


여행기간 우리가 마신 맥주들


첫날 마신 맥주는 빨간색 라벨의 Saigon Export이다. 수출용으로 ‘사이공 라거’보다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가졌다고 하는데, 우리 입맛에는 풍미가 좋은 Export가 더 맞았다.


사이공 맥주는 사이공 맥주 주류회사(SABECO, Saigon Beer Alcohol And Beverage)에서 생산한다. 원래 베트남 정부가 지분 89.8%를 소유한 국영기업이었으나, 작년에 100% 민영화 대상이 되었다. 하노이 맥주의 생산자인 하베 코 역시 앞으로 민영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덥고 습한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택시 호갱과 이후의 드라마틱한 일들로 인해 여행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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