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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Oct 16. 2017

일단 커피 한 잔 하고

#본격 여행 시작 #땡볕 #무한 걷기     


호찌민 도착 둘째 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자체 도시 답사’ 콘셉트이지만 그래도 여행이니까 호찌민의 유명 관광지 투어를 하기로 했다. 관광지들은 주로 1군 중심지에 몰려있다. 여행 전 슬쩍 찾아본 호찌민 관광지들은 크게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물들과 남북통일 시대와 관련된 건물로 나뉜다. 우리 숙소 역시 1군에 위치해 열정만 있다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고, 전날 현지 택시 바가지에 한번 된통 당했기에 도보를 선택했다. 오늘은 호갱이 되지 않으리라!      


오전 11시의 녹아내릴 것 같은 태양 아래 오토바이 매연을 공기 삼아 무식하게 걸었다. 5분도 채 안 돼 우리가 객기를 부렸다는 걸 깨달았다. 흐르는 땀이 아침에 한 화장이 1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려줬고, 오토바이 매연은 미세먼지 지수 ‘나쁨’의 연속이었던 대한민국을 연상시켰다. 챙겨간 마스크는 너무 더워서 쓸 수 없고 자유롭게 뗄 수 있는 얇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려 매연에 대비했다.     


#콩 카페 #베트남 커피 #그 와중에도 스타벅스 생각


     


뜨거운 열기를 헤치고 향하는 곳은 콩 카페(Cong Caphe). 세계에서 두 번째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이 카페는 블로그에 소개된 유명한 커피숍이다. 그러나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구글맵을 잘 못 봐서 이상한 길로 들어오자, 너무 더워서 그냥 익숙한 스타벅스를 찾아갈까 갈등이 일었다. '서울에서 자주 가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스타벅스야?' 했는데, 여행 후반부로 가면서 정말 간절히 스타벅스가 그리워졌다. (지금 이 글도 스타벅스에서 쓴다.) ‘첫 일정부터 타협하면 안 돼’라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돌아 땀을 한 바가지 더 쏟으니 콩 카페에 도착했다.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에서 땀을 식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는데 웬걸 창문이 열려있고, 선풍기가 돌아간다. 밖보다는 시원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에어컨에 인색하다니.   

   

콩 카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코코넛 밀크커피를 주문했다. 그런데 너무 달다. 나는 코코넛 밀크를 다 섞지 않아 그나마 먹을 만했지만, 처음부터 섞어서 마신 신유의 커피는 더 달았다. 둘 다 한 잔을 다 못 마시고 추가 주문을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상상하고 블랙커피를 시켰는데 에스프레소 덩어리가 나왔다. 이 나라 커피는 극과 극을 달리는구나.      


콩카페 내부. 헌책으로 한 쪽 벽면을 채웠다.
달디 단 코코넛밀크 커피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커피는 로부스타종 원두라 쓴 맛이 강하며 카페인 함유량이 높다고 한다. 이 원두를 베트남 드리퍼인 phin을 이용해서 내려서 차갑게 마시는 커피는 ‘카페 다(ca phe da)'이고, 이것이 우리가 두 번째로 마신 커피다. 비슷한 방법으로 따뜻한 블랙커피는 '카페 덴 농(Ca phe den nong)'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것은 '카페 쓰어다(Ca Phe Sua Da)'로 에스프레소 추출물과 달달한 연유의 조합을 즐기는 메뉴다. 우린 이 커피를 마지막 날 공항 레스토랑에서 마시게 된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연유 커피는 ‘카페 쓰어농(Caphe Sua Nong)'이며, 그 외 달걀 크림(달걀노른자에 바닐라 시럽을 넣고 곱게 간 크림)을 넣고 그 위에 진하고 뜨거운 커피를 부은 '카페쯩(Ca Phe Trung)'도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가 마셨던 코코넛 밀크커피는 콩 카페의 유명 메뉴였을 뿐 베트남 커피의 주 메뉴는 아니었나 보다;;;


베트남 커피메뉴(핫 or 아이스, 연유 있고 없고)

사진출처: 카페 다뉴브 블로그(http://blog.naver.com/danubecafe/220915130310)






신유     


콩 카페는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것처럼 건물 외관의 메인 색이 그린이다. 초록색 전등갓에 초록색 건물. 1층에 몇 테이블에 데이트하는 커플과 혼자 책을 읽은 여자분이 앉아 있는 조용한 카페다.


밖에서 본 콩카페(그림 by 신유)


카페 쓰어다를 머릿속에 그렸는데, 둘 다 블로그가 알려준 대표 메뉴인 코코넛 밀크커피를 주문했다. 비주얼은 좋다. 첫 모금은 아래 가라앉은 커피의 진한 맛과 아직 녹지 않은 덜 단 코코넛 밀크로 맛이 좋았다. 마실수록 커피 맛은 줄고 단 코코넛 밀크만 남아서 내가 마시는 게 커피인지, 설탕 우유인지 알 수 없어졌다. 더울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셔줘야 하는데...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히 생각난다. 코코넛 밀크의 텁텁한 단맛은 영 익숙하지가 않다. 둘 다 한 잔을 다 못 마시고 추가 주문을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상상하고 블랙커피를 시켰는데 에스프레소 샷(?) 비슷한 게 나왔다.


빈티지한 분위기로 실내를 꾸몄는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은 재봉틀 선반을 활용한 거라 아래쪽에 발판이 달려있다. 이 테이블을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샀으면 말도 안 되게 비쌌겠지? 벽에 장식된 파란색 철문도 달려있다. 직원이 테이블마다 놓아준 생화가 콩 카페에서 가장 좋았다. 어둑한 실내에 색 바랜 책들과 대비되게 붉은색의 꽃이라 강렬했다.


재봉틀상판 테이블 위에  놓아준 꽃


콩 카페 한쪽 벽면은 헌책들로 채워졌는데, 책을 만지지 말라고 안내 메모를 적어놓은 것을 보니 데코용이다. 헌책들 색이 어둑어둑한 실내랑 잘 어울린다. 카페 분위기는 일단 합격점. 그러나 실내에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데 시원한 느낌은 없다.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습도가 조절된 상쾌한 시원함을 기대했는데, 여긴 스. 타. 벅. 스가 아니었다. 나중에 카페를 들어갈 때 유리로 다 덮여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는데, 에어컨 작동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다. 여행 TV 프로그램인 '배틀 트립'에서 여행 콘셉트를 정하는데 한 멤버가 ‘나는 스타벅스가 있어야 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200% 동의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공간과 맛이 나에게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 날 간 ‘하이랜드 커피’는 우리에게 그런 공간이었다. 와이파이를 켜고 시원한 곳에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라(아이스라떼)’와 함께 잘 쉬었다.

      


커피 생산 세계 2위, 베트남식 커피를 즐기며 최소 1일 1 카페를 이용할 줄 알았는데, 서울에서보다 카페를 덜 갔다. 한국에서 그 많은 카페들을 볼 때면 사람들이 ‘커피를 이렇게 좋아하나’보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은 어디서 만났던 걸까?’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한국의 카페를 초단기 임대사업이라고 정의한 패널의 말에 무릎을 쳤다. 맞아! 카페에 음료 자체를 마시러 가는 건 아니니까. 에어컨도 쐬고, 와이파이도 쓰고, 사람도 구경하고. 그런 곳 이여야 하는데 베트남 카페가 여행자인 우리에게 초단기 임대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카페 말고도 만나서 이야기할 공간이 곳곳에 존재하는 걸까?






[한걸음 더] 베트남 커피 역사


베트남에 커피나무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857년으로 추되며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주로 남부 지역에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 하노이와 사이공, 달랏 등 프랑스인이 선호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유럽식 카페 문화가 발달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의 오랜 전쟁과 사회주의 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베트남 커피는 일부 내수용 기호 식품으로 재배될 뿐 생산량이 적었다.


1986년 도이모이(DoiMoi) 정책으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산당 조직이 커피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 해 해안 저지대의 인구를 닥락성으로 이주시키고, 국영농장을 독립채산제로 전환하였다. 또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통한 지원금과 미국 자본이 커피 재배·가공·생산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커피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였다.


2011년 베트남은 세계 커피시장에서 브라질에 이어 제2의 수출국, 로부스타종 커피의 제1 수출국으로 성장하였다. USDA(미국 농무부) 조사 결과 지난해 베트남의 원두 총생산량은 160만 2000톤으로 집계된다.


출처 :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연계하는 커피의 가능성 탐색 : 베트남 중부의 커피 공간을 중심으로(김이재, 한국 사진 지리 학회지, 제25권 제4호, 2015)

베트남 중부고원지대 커피 재배지역의 확대와 토지소유 관행의 제도화 : 닥락성을 사례로(김두철, 쯔응쾅호앙, 조영국, 한국경제지리 학회지 제19권 제2호 2016)



베트남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


콩 카페에서 우리는 우리 입맛에 익숙한 스타벅스를 그리워했지만, 베트남에서만큼은 현지 프랜차이즈가 스타벅스를 비롯한 외국 브랜드 카페(커피빈, 카페베네 등) 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 그 이유는 독특한 커피맛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료 가격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베트남의 3대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하이랜드 커피(High Lands Coffee), 쯩웬 커피(Trung Nguyen Coffee), 푹롱커피&티(Phuc Long Coffee&Tea)로, 우리가 간 콩 카페는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커피숍이었다.


첫 번째, 하이랜드 커피는 베트남 커피전문점의 현대화를 주도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여길 가봤다. 커피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등을 판매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두 번째, 쭝웬 커피는 베트남 내 60개의 직영점, 200여 개의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어 스타벅스보다 더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푹롱커피&티는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베트남 남부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인들 입맛에 가장 맞는 커피라고 한다.


자료: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 스타벅스 사례로 본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전략, 20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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