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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Nov 11. 2017

밤의 호찌민

#젊은 밤의 도시 #사이공강 #수변공간


     


현지 맛집에서 배를 채운 다음에 호찌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이공강을 가보기로 했다. 호찌민시의 옛 지명이 사이공이고, 사이공을 끼고도는 이 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호찌민 시민들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식당에서 도보로 25분 남짓한 거리를 걸으면서 호찌민의 야경을 즐긴다. 높은 오피스 건물 및 오피스텔들, 그 오피스 건물에서 퇴근한 샐러리맨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포를 푸는 모습, 베트남 공산당을 선전하는 거리 광고판까지 낭만적이다. 낮에 드러난 도시의 민낯을 적당히 가려주면서 또 다른 감상을 선사하는 야경을 즐기며 걷다 보니 사이공강이 나타났다. 


퇴근길 오토바이로 활기차다.
분명히 현지맛집이었을텐데...콴94를 찾아가는 길에 지나쳤다.


너무 한강을 상상했던 것일까? 강을 끼고 잔디밭이 있고, 사람들은 조깅을 하거나, 강아지와 산책, 또는 치맥을 즐기리라 상상했는데 공원이라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았고, 물도 한강보다 수량도 적고 더러웠다. 주변에 간이매점도 없어서 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어두워서 불안한 치안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생각보다 관리가 너무 안 된 사이공강에 실망했는데, 서울의 한강 정비사업의 역사를 생각하면 호찌민 정부도 곧 수변공간개발사업을 발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호찌민시의 젖줄과 같은 상징성을 지니며 강 건너 2군 지역 개발호재도 있어 사이공강을 현재와 같은 상태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의 한강도 민선 3기(오세훈 전 시장) 때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시행해 수변공간이 많이 정비되지 않았던가. 다만 호찌민 정부가 서울의 실수 -88 서울 올림픽을 위해 급하게 시멘트로 덮어 버린 것,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하나로 수익성도 없는 세빛둥둥섬과 경인 아라뱃길 개발한다고 난리 친 정책들만은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유     


우리 여행은 ‘도시답사 모드’인 낮 일정이 끝나면, 밤에는 야경 아래서 유흥을 즐기는 콘셉트이다.       


1군과 2군을 사이에 두고 사이공 강물이 흐른다. 오피스 구역의 높다란 건물 옆에 밤에 더 빛나는 사회주의 선전물을 따라 걸었다. 교육, 보건 정책에 관한 광고인 듯 보이는 화려한 광고판을 보니 사회주의 국가답다. 밤에 오토바이 불빛 때문인지 몰라도 호찌민은 밤이 더 활력적인 도시 같다. 하긴 베트남 자체가 인구의 70%가 경제활동인구(15세~64세)인 젊은 나라니까 활력적인 수밖에! 매일 저출산 고령화나 지방 소멸이 뉴스로 나오는 우리나라와 엄청 대비된다.  

    

베트남도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하긴 했었다. 그러다가 합계출산율이 12년째 2.1명을 유지하자 정책의 기조를 바꿔 가족지원정책을 확대했다고 한다. -이때 대한민국의 실패한 인구정책을 반면교사 삼았다는 말도 있다.- 현지 지인에 따르면 베트남 회사 여직원들은 6개월 유급 출산휴가(급여의 70%)를 받고, 배우자도 일주의 유급 출산휴가가 일반적이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비용 부담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 기업의 여직원들은 출산하고 80% 이상이 업무에 복귀한다고 한다. 이러니 공산당 선전광고가 대문짝만 하게 걸려도 이상할 게 없지! 


베트남 공산당 선전 거리 광고


#자체 루프톱 바 #호찌민 에어비앤비     


힘든 일정을 소화하니 집으로 갈 때 빈손으로 들어갈 수 없지! 동네 마트에서 사이공 맥주와 망고스틴, 감자칩 등을 사들고 숙소에 왔다. 샤워로 온 몸의 땀을 씻겨 내보낸 뒤, 우리는 우리만의 루프톱 바를 만들었다. 에어비앤비로 찾은 우리 숙소는 주택 꼭대기층이라 옥탑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 사들고 온 것들을 잘 차리고, 숙소에 비치된 초를 켜서 조명 역할을 하도록 했더니 우리만의 근사한 바가 완성되었다. 일찍 불이 꺼진 주변 집들, 옆 집 아저씨가 밤에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등을 구경하면서, 조용한 주택가의 여유를 즐겼는데....... 잠시 후 더워서 초를 한 개, 두 개 끄다 결국 들어가서 에어컨을 켰다.


우리들만의 루프톱 바 

사진 출처 : 직접 촬영(左) 및 에어비앤비(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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