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몇 분만 지나도 꿈은 서서히 증발하기 마련인데,
오늘 꾼 꿈은 도덕적으로 너무 기괴해서 심리적으로 충격적이라 아점을 먹는 지금까지 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왜 이런 꿈을 꾼 건지, 꿈의 해몽을 찾아봐도
크게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는 그런 꿈.
어릴 때 반복해서 꾸던 꿈이 있었는데,
내가 우리 집 앞 골목에서 악마와 공룡을 혼합시켜 놓은 듯한 괴물에 쫓기고 있고,
달리기를 꽤 잘했던 나는 전속력을 다해 도망을 간다.
그러다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는 (맨홀 9개를 합친 정도 크기의) 커다란 구멍에 빠지고
괴물이 나를 집어삼킬 거라는 두려움과 틀렸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뜨악할 때 늘 잠에서 깼다.
그 꿈에서 늘 깨었기 때문에 내가 그 괴물에게 잡혀 먹혔다면,
사실 그 직전의 두려움보다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꿈은 내 무의식에 꽁꽁 쌓여있는 감정들을 해소시켜 주는 수단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가 막히게 그들이 등장하고, 찝찝해하면서 잠에서 깨지만
꿈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조금 완화되어 나타날 수 있게 하는 완충작용.
꿈이란 뭘까.
지금까지 살아온 내 과거가 꿈같이 느껴지는데,
그럼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이 현재도,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결국 내가 살아내기만 한다면 과거가 될 미래까지 모두 꿈이 아닐까.
불교에서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고 하는데, 인생의 덧없음과 부귀영화가 결국엔 꿈처럼 사라진다는 의미인 동시에, 진짜 우리 인생은 우리가 밤에 꾸는 꿈보다는 조금은 긴, 그러나 돌아보면 짧은 꿈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니, 내 생각과 감정이 요동치며 흐르고,
그 시간에 따라 내 몸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꿈을 꾼다.
일어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그 셀 수도 없이 많은 꿈들을.
내가 깨어나면
이번 생은 나에게 어떤 꿈으로 잠깐이나마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