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 입원을 했다.
조그만 팔뚝에 바늘을 꽂은 채 칭얼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조금만 더 잘 돌봤더라면…”
죄책감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
아이의 아픔보다 내 마음의 혼란이 더 무너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성인 ADHD를 앓고 있다.
아이를 낳고 처음 맞이한 지옥 같은 무수면의 날들 속에서,
아이의 울음보다 더 두려웠던 건
점점 무너져가는 내 정신과 일상이었다.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뒤척이는 밤을 버티고,
먹이고, 달래고, 안고, 재우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어딘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결국 아이가 태어난 지 200일쯤 되었을 때,
나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상관없이,
‘차근차근’, ‘꾸준히’, ‘단계별로’, ‘매일 반복하는 것’이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아이의 발달을 따라가고, 루틴을 만들고,
부드럽게 교육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육아의 기본”이지만
나에게는 “도전, 실패, 스트레스, 자책”의 반복이었다.
내 일상은 늘 혼란스러웠고,
그런 나에게 “아이의 전부가 되어야 하는 삶”은 숨 막히는 현실이었다.
결국 나는 긴 고민 끝에
아이가 9개월이 됐을 무렵, 어린이집에 보냈다.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지만, 아이는 놀랍게도 금세 적응했다.
낯가림도 없이, 누구보다 사랑받는 막내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숨통이 트였다.
운동을 하고, 내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며
오랜만에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잠시 되찾았다.
하지만 아이가 돌을 지나자, 다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 시기부터는
씹기, 스스로 먹기, 훈육, 정서, 수면, 패턴, 발달
눈에 보이게 달라지고, 바뀌고, 건너뛸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또다시 현실은 나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엄마가 다시 앞에 서야 합니다. 엄마가 메가폰을 들고,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회피하고 회피했던 그 현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다시 신생아 때 그 지옥 같은 시기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사랑한다.
정말,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런데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엄마의 멘털이 바로 서야,
아이의 마음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것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어린이집에 많은 것을 맡겼고,
그건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저히 맡겨둘 수만은 없는 시기가 되었다.
내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
그러나 여전히 두렵고 막막한 시기.
나는 ADHD를 앓고 있는 엄마다.
이런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에 아직 답은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진짜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
그 사랑 하나면
나는 오늘도 다시 시도할 수 있고,
천천히라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