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높빛 Jan 02. 2022

2. 웹툰작가의 신도시와 도시계획 上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도시계획


1. 알고리즘으로 보게 된 웹툰작가의 신도시 계획


[출처 : Youtube 인생84 캡처]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웹툰작가 기안84의 유튜브가 올라왔다. 침착맨도 주호민도 본 적이 없는데 왜 떴을까 싶어서 알고리즘으로 올라온 <기안84 건물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의 내용은 기안84가 신도시를 구상하는 내용과 살고 싶은 드림하우스를 구상하는 내용이었다. 이 중 기안84의 신도시 구상 설명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그의 설명은 마치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대학생처럼 자신의 세부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설명하였다.


[출처 : Youtube 인생84 캡처]


  기안84의 미래 신도시 마스터플랜이다. 처음 보았을 때 콤팩트시티와 입체적인 레이어를 가진 교통체계가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창의력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신도시와 연관이 깊은 도시계획이다. 기안84는 부동산과 관련하여 집값을 잡고자 하는 것이 이 신도시의 구상 목표라고 하였는데 나름 도시를 계획하는 과정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도시계획은 나와 같은 도시공학도들의 근본인 학문이자 신도시, 부동산 등 최근 경제 이슈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이니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은 한 번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2. 도시계획이란 무엇일까?


[출처 : Worldbank blog]

   도시계획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행하는 일련의 계획 과정을 의미한다. 용어를 잘 풀어보면 '도시'와 '계획'의 합성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중 계획(Planning)은 미래의 작업에 대한 절차, 규모, 방법에 대한 요소를 헤아려 작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방학 전에 한 번 씩 그려보던 방학 일과 계획표(물론 지킨 적은 없다)에도 계획이란 말이 들어가는데 목적이 이와 상통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일과 계획표를 그리도록 가르치는 이유는 뒹굴뒹굴 놀면서 하루를 보내지 말고, 효율적으로 일과를 보내라는 의미가 크다. 도시계획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적재적소의 지역에 대한 효율적인 개발을 영위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절차, 규모, 방법에 대한 요소를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므로 도시를 여러 레이어(Layer)와 도시계획의 절차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레이어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주거, 상업, 공업, 녹지, 교통, 경관, 건축, 환경 등 세부 범주들로 실제 도시계획 과정에서도 부문별 계획으로 나누어서 수행하기도 한다.


[출처 : 서울도시계획포털]

   뉴스에서 3기 신도시,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와 관련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데 정작 어떻게 도시계획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 대해 이해하려면 국토공간계획의 체계를 알아야 하는데 크게 국토 및 지역계획 - 도시계획 - 건축계획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도시계획가들이 참여하는 계획은 도시계획까지로 건축계획부터는 대체로 건축가들의 소관이다. 국토 및 지역계획은 말 그대로 국토나 지역(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발전 방향을 설정한 계획으로 국토계획, 수도권정비계획, 광역도시계획이 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국토 및 지역계획은 밑그림 초안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규제나 완화 또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으로 도시·군기본계획, 도시·군관리계획,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도시재생전략계획 등이 존재한다. 도시계획을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최종적인 밑그림과 유사할 것이다. 초안과는 살짝 다를 수도 있지만 세세한 포인트들이 하나 둘 생겨난 것을 특징으로 봐도 좋다. 마지막으로 건축은 이 밑그림에 들어가는 형형색색의 채색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아름다운 도시라는 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지구단위계획(도시·군관리계획), 신도시 및 택지지구(택지개발계획), 재개발, 재건축(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도시계획에 속하며, 대부분의 도시계획가들이 이 작업을 현업에서 수행하고 있다. 도시계획은 크게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으로 나누어지며, 이 둘의 특징만 이해한다면 도시와 관련된 이슈를 이해하는데 용이할 것이다. 도시기본계획의 수립 절차는 크게 수립과 승인으로, 도시관리계획은 입안과 결정으로 구성된다. 둘 다 계획을 입안하는 것이지만, 도시관리계획의 '결정'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의 큰 차이는 구체성과 법적으로 효력 여부로 볼 수 있다. 아마 뉴스 상에 나오는 사업들은 대체로 도시관리계획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쉬운 예를 들자면 3학년 2학기를 마친 학생이 '내년에는 취업 준비하기 위한 4학년을 보내야지.'라며 추상적이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보이는 결심을 하였다. 이는 도시기본계획의 범주와 유사하다. 이 학생이 4학년 1학기를 보내고나서는 취업의 찬바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세부적인 미래 계획을 짰다. '4학년 4분기 취준은 어려울 것 같으니까 입사지원은 내년 상반기로, 여름방학 때는 공모전과 인턴쉽을, 2학기에는 면접스터디와 공모전을 준비해야겠다.'처럼 이전 계획에서 구체화하고, 실정에 맞게 조금 방향을 트는 과정은 도시관리계획의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3. 도시계획부터 분양까지. 도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과정



   기본계획과 관리계획을 통해 도시가 탄생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집단은 공무원을 포함해 연구기관(공공기관, 대학), 엔지니어링(건설사, 건축사), 시민단체, 지방의회, 전문가 등의 단체가 존재한다. 간단하게 도시계획의 순서를 보자면 공무원이 기본계획을 위한 기초조사를 대학(대학원생과 교수), 연구기관(국토연구원이나 지방개발연구원), 엔지니어링(전문건설사)과 협업해서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안을 작성하고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한 후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업계에서는 도계위로 부른다)의 자문을 받는다. 승인 신청 후 관련기관과 협의하여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지속하고 나서 도시계획을 입안한다.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계획 내용은 여러 번 수정이 되는데 심의나 자문 과정에서 재심의, 재자문이 나면 공무원과 연구기관에서는 발등에 불이 붙는다. '최종_최종_최종...' 그렇게 수십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도시계획이 입안되는 셈이다.



   계획에 맞게 개발된 상가건물이나 아파트가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사업을 총괄하는 시행사, 사업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 사업 건설을 수행하는 시공사와 분양을 수행하는 분양대행사(시행사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음)를 거치며 우리의 손으로 들어온다. 먼저 도시관리계획에서 구획된 토지에 맞는 사업을 수산시장 경매시장처럼 시행사가 입찰받는다. 일반적으로 시행사는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행사의 개발사업에 대한 건설권은 시공사가 또 입찰을 받는다. 시공사는 사업대상지에 지어질 건물과 도로,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나무를 심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공사는 우리가 아는 '건설' 이름 들어간 회사(종합건설사)나 '엔지니어링(토목, 도시계획, 조경)', '건축사사무소(도시계획, 건축)' 등 특정 분야의 건설회사(전문건설사)가 여기에 속하며, 이들에 대한 공사대금을 줘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여기서 문제 하나가 생긴다.

 

   만약에 시행사(개발회사나 조합)가 부도가 나버리면 시공사에게 주는 공사대금이 없어지고, 도시개발사업이 중단된다. 그리고 복잡한 돈 문제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될 수 있는데 이러한 금전적인 부분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 오작교 역할을 하는 곳이 신탁사이다. 신탁사는 차입형과 관리형으로 부동산 신탁사업을 나누는데 차입형은 땅을 다 사들여서 시행사의 역할을 전부 수행하는 경우이며, 관리형은 시행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경우로 보면 된다.


   시행사와 시공사, 신탁사가 재화와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을 완료하면 사업에 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분양(分讓)을 실시한다. 분양이라는 용어는 나눠서 양도한다는 의미가 있고, 토지와 건물 같은 부동산의 큰 단위의 재산권을 필요한 단위로 나눠서 양도하기 때문에 분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담으로 동물의 양육권을 넘기는 행위에서도 분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요즘 주식의 '손절'이라는 단어처럼 일상용어로 들어오면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언어의 사회성을 존중한다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단어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일반적으로 분양과정에서는 시행사가 분양 홍보를 담당하지만 여건이 안될 때는 분양대행사를 활용한다. 이들은 분양수수료를 받고 분양대행 홍보를 진행하는데 우리가 보는 애드벌룬 밑에 쓰여 있는 현수막이나 모델하우스 제작 등을 바로 이곳에서 수행한다. 분양상담이나 분양홍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분양대행사의 주 업무다.


   이렇게 도시는 여러 집단의 손을 거쳐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기안84의 마스터플랜은 정책적인 방향성과 구체적인 사항이 동시에 나와 있어 도시기본계획과 관리계획의 중간 단계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상의 기안역(아무래도 기안84가 경기 남부에서 거주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경부 고속도로 축에 위치한 경기권 도시로 해석할 수 있다) 인근의 미래상을 표현한 것이라면 관리계획에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러한 도시계획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와 왜 도시계획이 필요한지, 그리고 기안84의 신도시 계획을 통해 도시계획의 트렌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도시공학이란 무엇일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