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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ma May 08. 2018

양화대교. 2018년 5월 6일.

소원한 부탁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용히 회사에서 일이나 할까 싶었던 일요일이였다. 일요일은. 일요일을 잘 견딜수 없다던 그의 말이 항상 기억나는, 일주일의 끝이자 시작이였다.



비가 그치고 오후 3시 정도였나. 사무실 커튼 사이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해서. 비가 그쳤을까 창밖을 바라보니 비온 뒤 하늘이 맑게 개어있었다. 아주 오랜만의 깨끗한 하늘. 가장 가까운 한강은 당산역부근이라. 짐을 챙겨서 당산역으로 나선다.


공사중인 당인리 발전소. 몇년 사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한강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다. 강남쪽에서 강북을 바라보는 뷰는 매년 조금씩 바뀐다. 강물은 그대로 흐르고 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강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날이 너무 푸르러서 눈을 뜨기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이런 하늘을 찾아보는 것도 쉬운일은 아닌데. 아니 내가 주말에만 돌아다니니까, 이런 날들을 볼 수가 없는 걸까. 나는 그 숱한 기회비용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시간은 초침이 점점 가속도에 날을 붙여 나간다. 멈출수 없는 바람같다.






간김에 다리까지 건너보았다. 처음 다리를 건넌게 15년전쯤이였던것 같은데, 다리위로 올라가는 길도, 건너는 길도 모두 편하게, 서울은 변해있었다. 달리는 차들은 제한속도가 있긴 한걸까. 바로 옆으로 체감하는 주행속도는 몸이 부르르 떨릴정도로 빨랐다. 나도 항상 저렇게 운전했겠지만. 

마주보는 차들이 나를 바라볼까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연결된 길을 따라 선유도까지 가보았다. 1년전과 똑같은 길이다.

1년전 걸어왔던 길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내가 그렇듯이 크게 다른 길로 걸어가지 않는 나다. 아직 낯설은 카메라의 그립과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1년전과, 3년전과, 10년전을 곱씹는다. 예전으로부터 도망쳐온건가. 아니면 아직 홀로 그 길 위에 있나.






오랜만에 자외선과 비 온뒤 뜨거운 햇빛을 제대로 받아 나른하고 고된 피곤함이 몰려왔다. 모두를 버린채, 혹은 그대로 둔 채. 한강을 수위를 가로지르며 서울 한복판에 그냥 흐르고 있을뿐. 변하는 건 모두를 상징하기만 하니까, 그게 매번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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