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여정의 시작
산전 검사를 진행 한 뒤, 결과가 나와서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괜히 긴장되고 엄숙했다. 3시간 이상의 긴 대기시간을 기다려 선생님을 마주 했을 때는 이미 지쳐있었다.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난임은 맞으세요.”
그게 무슨 말이지? 불편한 의자에 앉아 3시간 이상 오래 기다린 탓인지 아니면 듣고 싶은 말을 못 들어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삐딱하게 들렸다. 선생님의 말씀은 검사 상 눈에 보이는 이상 소견은 없지만 일 년 이상 자연 임신이 안되고 있으므로 ‘난임’ 은 맞다는 말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을 하나씩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서 원인을 찾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해 주셨다. 쉽게 설명해서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이 그 두 가지 방법인데, ‘인공 수정’ 은 먼저 여성의 몸이 배란이 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주사를 통해) 그 시기와 상태를 조절한다. 그렇게 조절하여 배란일이 되면 약품을 통해 더욱 활성화시킨 남성의 정자를 여성의 몸 안에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인위적으로 난자를 채취하지 않고 시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쉽게 해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수정에 대한 가능성이 더 낮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시험관’ 시술은 주사를 통해 여성의 난자를 과배란 시킨 다음 몸 밖으로 채취하여 남성의 정자와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시킨 후, 어느 정도 배양을 시켜 그 수정란을 여성의 몸에 다시 이식하는 방식이다. 설명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수정할 수 있는 건강한 난자들을 채취하고, 정자와 수정을 성공시키고, 수정한 수정란을 이식할 수 있게 건강하게 배양시키는 것 모두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리고 그 수정란이 잘 이식되어 안전하게 착상하는 것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과정이었다. ‘시험관’ 시술은 과정이 더 길고 힘들지만, 수정된 수정란을 이식하는 만큼 더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그날 내가 선생님께 들은 설명은 여기까지였지만 3년간의 난임병원 경험을 통해 지금에 와서 보니, 뚜렷한 문제 요인이 눈에 보이지 않던 나의 경우에는 이런 큰 두 가지 방법 안에서 담당 선생님의 판단 아래 다양한 주사와 약물을 조절해 가며 문제점이라 의심되는 요인을 소거해 가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우리가 크게 보이는 문제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인공 수정을 해보자고 하셨다. 별 문제 아니라는 듯한 선생님의 말투가 안심되면서도 일 년 넘게 끌어 오던 나의 불안함이 이 큰 임신 공장의 ‘작은 부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이 여정이 3년이나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난임 환자’의 신분이 된 우리의 난임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치료 방법들 속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과 간절함이 스며들게 될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