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 ‘인공 수정’을 시도하다.

나를 다독이는 시간들

 인공 수정 시술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라고 했지만 시술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부터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다. 인공 수정을 하기 위해 배란일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배란을 위한 주사를 매일 배에 스스로 주사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병원을 방문하여 초음파를 보면서 난자 성숙 상태를 확인했다.


 직장인으로서 그 두 가지 조건 모두가 쉽지 않았다. 일단 매일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맞춰 배에 주사를 여러 대 찔러대야 했고 병원을 가기 위해 연차를 쪼개 쓰고 업무 스케줄을 조절해야 했으며 자주 자리를 비움으로써 생기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 시술 과정이 단기로 끝난다면 잠시 양해를 구하면 되지만 몇 년씩 장기화되었을 때 나의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동료들에게 끼치는 피해와 구해야 하는 양해는 내 배의 멍처럼 어마어마하게 커져 버린다. 


 그렇게 배에 새로운 주사를 놓을 자리가 없게 멍이 뒤덮이고, 회사에 말을 꺼내기도 미안해질 때쯤, 몇 주가 지나 난자가 성숙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를 새롭게 처방받는다.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를 놓으면 하루에서 이틀이 지나기 전에 수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병원에 방문해서 활성화시킨 남편의 정액을 몸 안에 주입받아야 한다. 


 갑자기 다른 개인적인 일이 생기거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도 이식날을 타협하기는 어렵다. 난포 터트리는 주사를 맞고 나면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날을 넘겨버리면 죽은 난자를 내보낸 이후에 (월경) 다시 새로이 앞의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첫 시술로 인공 수정을 진행했다. 정작 시술은 간단했다. 앞서 했던 배주사들과 많은 연차들이 허무하게도 1분도 안 되는 시술 후 5분 정도 누워있다가 집에 가면 된다고 했다. 


 시술받고 난 뒤에는 잘 착상하여 임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착상을 도와주는 호르몬을 아침저녁으로 배주사 여러 종류와 질정으로 주입했다. 배주사를 놓은 뒤 질정을 넣고 잠시 누워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잠이 많은 나는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고 나면 임신 확인을 위해 병원에 피검사를 받으러 간다. 


 “아쉽게도 수치가 낮습니다.”라는 간호사 님의 전화를 받고 나면 한 달 넘는 시간 동안의 모든 일은 없었던 일이 된다. 남은 주사약들과 먹는 약, 질정들을 치우면서 나를 다독였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시간 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난임은 맞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