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는 욕망 앞에서 간사해지고
시간이 하품하는 사이
눈 먼 이가 향기를 가지려
꽃잎에 앉았다
애벌레였던 때가 있었나
알을 깨고 나오며 불렀던 노래가 있었나
나비가 되기보다는
꽃이 되고 싶었다
알보다 더 단단한
이 고뇌의 껍질을 찢으려
무딘 손 끝을 날카롭게 갈 수 밖에
향기에 취해 비틀대며 날갯짓하는
그 음침한 욕망의 춤에 다리를 벌려
저 꽃잎을 붉게 물들이면
더 진한 향기로 눈 멀게
시간을 죽이고 기억을 죽이고
꽃은 그렇게 해
또 나비가 날아들게 해
날갯짓에 향기롭게 해
비로소 꽃이 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