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담은 가방은 무겁다
나를 채운 너의 무게에 기겁하고
내가 나를 떠난 순간
그 때를 기억한다
무작정 감정을 주워 담았던
스무 살의 오기는 지치고
한걸음조차 떼기 힘들었던
어제는 결국 주저 앉았다
사랑이라 말할 때마다
내가 텅 비어버렸고
발목은 모래 속에 깊이 박혀 다만,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의 입김만 가득 찰 뿐
고약하고 고악한 미련만
발목을 조른 상흔과
빈 숨을 뱉아낸 토흔과
무겁게 지고 온 나를 이제 벗어버리는 일
껍질을 버린 가벼운 영혼의 이탈
떠났던, 시차에 숨은 나를 만나는 일
내 속의 너를 덜어내는 일
사랑, 이별 둘 다 떠나는 일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