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반복되지 않는다. 시간표가 반복될 뿐이다. 동일하게 반복되는 시간표는 항상 다른 컨텐츠로 채워진다. 하지만 인간은 컨텐츠의 다름보다 시간표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별개로 인지할 수 있다. 나는 이 것을 '패턴읽기'라고 부른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개별 사건들은 겉보기엔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이를 패턴으로 읽어낸다. 이렇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별개의 나열된 사건들을 패턴화하는 능력, 그 읽혀진 패턴들을 구조화하여 앞뒤 선후관계의 흐름을 읽고 추론 및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메타인지력은 패턴을 발견하고 사건을 구조화한다. 한번 인지된 동일구조 속에 들어온 별개의 사건들은 유사한 흐름과 구조를 갖는다. 때문에 앞 뒤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고도의 메타인지가 발달한 사람들은 그 구멍난 퍼즐을 끼워맞출 수 있다.
사건을 패턴으로 묶고
흐름을 구조화하며
선후 관계를 읽고
미래를 예측한다.
메타인지란 패턴읽기 능력부터 시작된다. 나는 이 능력이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었기에 훈련으로 상승가능한 것인지까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내 메타인지력이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진보하는 것을 느끼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메타인지는 어떠한 인지적 기제에 의해서 발달한다.
본인이 메타인지력이 있다고 인지한 사람이 그 것을 인지상태에서 계속 사용할 때 발달한다.
자기가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패턴을 발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를 왕왕 봐왔다. 그렇기에 나는 2번과 같은 추론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1의 기제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린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확실히 메타인지가 더 발달했다고 느끼기에 '발달' 자체는 존재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감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패턴 인식을 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왜 자신의 능력을 '감'에서 멈추는 것일까? 그것은 인식된 패턴을 언어화·구조화·전략화해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확신'과 '논리'가 뒷받침되지 못한 경우 패턴인식 능력은 '감'에서 그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가설,
“자각이 없으면 패턴을 읽어도 활용하지 못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패턴 인식은 하위 인지, 메타인지는 상위 인지이며 하위 인지로만 머무르면 직감 수준일 뿐이고, 이것을 상위 인지로 끌어올려야 전략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메타인지력이 발달하게 되었나?
나도 어려서부터 '감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 때 나를 단순히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어떠한 '감'에도 근거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내 '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나 단서들을 찾아 함께 얘기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전달할 때 약간의 확신과 논리를 섞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를 통찰력이 좋다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메타인지'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하자 나는 메타인지가 좋은 사람으로 불리게 되었다.
1) 내가 감이 좋다는 내적 자각은 외적 피드백에 의해 강화됨
사람은 스스로의 인지 능력을 절대값으로 측정할 수 없다. 대신 주변의 반복된 피드백을 통해 “내가 잘한다”는 메타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예: “너 예측 잘한다” → *‘나는 패턴을 잘 읽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정체성 강화.
2) 칭찬은 단순 기분이 아니라 ‘자기효능감’ 트리거
자기효능감 이 올라가면 인지 자원이 그 능력에 더 투자된다. 즉, 패턴을 읽는 행동 자체가 더 의식화되고 빈도가 늘어나 메타인지력 실제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3) 자각이 생기면 ‘무의식적 감각’이 ‘의식적 능력’으로 전환됨
본래 타고난 직감 수준의 패턴 인식이, “아, 내가 이걸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각을 통해, 언어화·구조화·예측 전략으로 발전한다.
이 내용은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론이기 때문에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다뤄지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의 글에서 꼭 알려주고 싶었던 내용은 메타인지란 '패턴읽기'부터 시작되며, 그 패턴읽기에 근거와 논리를 쌓는 일이 수월한 경우 메타인지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능력은 선천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각'을 통해서 발달될 수도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