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난 지도, 한국에서 돌아온 지도 이미 한참이 지났다.
큰아들은 지난 9월 7일에 파리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났다.
아이가 떠난 자리가 허전하지만, 두 아이가 아직 집에 남아 있어서 그런지 흔히 말하는 '빈 둥지 증후군'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 생활 리듬을 찾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걸 보면, 다른 형태의 빈 둥지 증후군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와 막내는 새 학기를 맞아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기특한 마음이 든다.
한국에 계신 아빠는 그럭저럭 잘 지내시는 듯하고, 엄마의 상태는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 같지만, 지금은 큰 변화 없이 평온하신 듯하다. 다행히 걱정스러운 상황은 없다.
남편은 여름부터 지금까지 몰두했던 유럽연합 프로젝트 발표를 막 끝냈다. 이제는 자기가 집안일을 맡을 테니, 나에게는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사실 공부하기 싫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이제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그 외에도 한글학교 일이며, 교과서 프로젝트 등 이미 돈을 받은 일들이 있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쌓여 있다.
잠시라도 도망치고 싶어 온천 여행을 찾아봤지만, 잠깐의 도피를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포기했다.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오는 걸 보니 혹시 당뇨인가 의심이 들어 주치의에게 전화해 피검사를 예약했다. 다음 달 초에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아무 일도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지. 축 처진 팔뚝을 볼 때마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아직도 덥다고 하지만, 여기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져서 가벼운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다.
하기 싫은 마음을 어떻게 다잡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면 자꾸 애꿎은 과자에 손이 간다. 과자를 한입 베어 물고는, 또다시 아마존을 검색하며 큰아이에게 필요한 전기밥솥이나 청소기 같은 소형가전을 한가득 주문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내일은 다시 한글학교 수업이 있는 날인데,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