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J Oct 18. 2024

중간고사 중

나는 공부가 싫어요.

소소하게 글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내 그릇이 그만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 지도 꽤 되었는데.

이나마도 겨우겨우 쓰는 건 사실 부끄럽네.


중간고사 중이다.

머릿속 복잡한 중년은 공부가 눈에 머리에 들어올까 말까 한다.

시험은 오픈북 테스트라 하더라도,

뭘 제대로 봤어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을 거 아니겠나.

그래서 억지로 애써서 시간을 내어 보는 중이긴 한데

너무나 스스로가 한심한 지라.


겨우 세 과목 시험을 끝내고 나머지 반이 남았네.

내일 아침 하나, 그리고 그다음 날 두 개.

한국시각을 기준으로 하니 7시간 차이 나는 이곳에서는

때로는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시험을 본다.

봉두난발을 하고 잠옷을 입은 채로.

녹두장군이 무덤 속에서 뛰쳐나와 친구 하자 할 태세.


어찌어찌 글자를 눈에 담아본다.

눈에 담아도 머리에 담아지지 않는 건

노안 때문인가. 그냥 늙느라 그런 것일까.


제법 공부를 했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다 소용없고.

겨우겨우 칸을 메운다.


눈 아프고, 머리 어지럽고, 또 졸려요.

그냥 공부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한테 공부하라고 말하는 입이 다 민망하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르고.

중간고사를 마치긴 할 텐데.

그럴 텐데.


다시 공부.






작가의 이전글 다시 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