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가 싫어요.
소소하게 글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내 그릇이 그만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 지도 꽤 되었는데.
이나마도 겨우겨우 쓰는 건 사실 부끄럽네.
중간고사 중이다.
머릿속 복잡한 중년은 공부가 눈에 머리에 들어올까 말까 한다.
시험은 오픈북 테스트라 하더라도,
뭘 제대로 봤어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을 거 아니겠나.
그래서 억지로 애써서 시간을 내어 보는 중이긴 한데
너무나 스스로가 한심한 지라.
겨우 세 과목 시험을 끝내고 나머지 반이 남았네.
내일 아침 하나, 그리고 그다음 날 두 개.
한국시각을 기준으로 하니 7시간 차이 나는 이곳에서는
때로는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시험을 본다.
봉두난발을 하고 잠옷을 입은 채로.
녹두장군이 무덤 속에서 뛰쳐나와 친구 하자 할 태세.
어찌어찌 글자를 눈에 담아본다.
눈에 담아도 머리에 담아지지 않는 건
노안 때문인가. 그냥 늙느라 그런 것일까.
제법 공부를 했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다 소용없고.
겨우겨우 칸을 메운다.
눈 아프고, 머리 어지럽고, 또 졸려요.
그냥 공부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한테 공부하라고 말하는 입이 다 민망하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르고.
중간고사를 마치긴 할 텐데.
그럴 텐데.
다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