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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J Mar 09. 2024

아빠

헤아릴 수 없는

아빠는 도대체 신을 믿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14개월간 베트남에서 사선을 넘나들 때

부하들이 파랗게 질려서 죽어갈 때

그렇게 신을 찾았는데 아무 데도 없었다고

응답받은 적이 없었다고

신을 원망하던, 신을 부정하던 아빠는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간 다음에야

갈데없는 마음을 붙잡으러 동네 성당에 다시 나가셨다.

성당 의자에 멍하니 앉아 일어나라면 일어나고 앉으라면 앉고

그러다 기우뚱 정신을 잃으셨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사보던 아지매들이 손발을 주무르고 있었더라네.

부끄러워서 다시는 못 가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럼 가시지 마세요. 했다.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속죄의 뜻으로 걸음 하던 성당을 

이제는 나가지 않으신다.

아빠의 그 복잡한 속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편이 나으면 그런대로.

지금은 모든 것이 그냥 짠하다.

사그라드는 모든 것이 슬픈 건 조금 된 일이긴 한데

나이 들어 너그러워진 것인지

삶이 팍팍해서 스스로가 애잔해진 것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멀리 있어 대단한 도움이 되지 않는 딸은

다만 마음만을 보낼 뿐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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