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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른 흉내

'제대로 된 시작'을 위해 일을 미루고 있다면

by 김단한

요즘, 1초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걸 여러 관점에서 느끼고 있다. 무엇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에 1초는 후한 시간이라는 것도. 다만,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 판단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것이 바로 실행될 수 있도록 돕는 단 1초의 움직임. 나는 나의 삶의 태도로 '1초를 중하게' 여기는 것을 써넣는다. 빠른 판단력과 행동이 뒷받침되려면 꾸준히 연마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하거나, 계획할 때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참, 쉽지 않다. 솔직히 최악의 수, 혹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생각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생각한단 말인가!)등을 고려하려고 하면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누군가는 첫 번째 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플랜2, 플랜3…… 플랜1324까지 생각한다지만, 나는 결코 그럴 수 없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걱정하는 시간보다 사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포기하거나, 어찌되었건 밀고 나가거나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대담하다거나, 정말 대책없다거나.


이왕이면 대담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사실 난 그렇게 대담하지 못하다.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된 시작'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 망설이는 시간이 너무나 길다. 그렇게 되면, 일을 끝마쳐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게 되고, 나는 이미 '준비'에만 힘을 다 쏟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문제라고 깨닫지 못했다. 어쨌든, 시작이라는 것은 '제대로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내가 준비하는 시간을 조금 더 익숙하게 만들어서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고 여겼다. 오산이었다.


시작을 제대로 하는 것은 중요하다만, 내가 잊은 것이 있었다. 시작은 그저 말 그대로 시작일 뿐이라는 것. 시작의 방향이 조금 삐뚤어졌으면, 다시 맞는 방향으로 '하면서'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란 걸 이제 알았다. 일의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되어 조금 더 편하게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듯,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관점이라고만 생각하고, 나의 관점을 찾으려 한다. 나에게는 에너지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에, 시작을 빠르게 한 후, 천천히 과정에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방법이 잘 맞을 듯하다.


시작이라는 단어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고, 고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강박적이지 않게, 조금은 유하게,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필요도 있는 듯하다. 너무 힘주고 살아온 탓에 몸의 근육통처럼 마음도 매번 굳어지는 듯하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시작을 어려워하는구나, 시작해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게끔 이번 일은 시간이 많아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등을 요즘에야 알아간다. 아직도 나에 관해 이렇게나 모른다. 반대로, 아직도 나에 관해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그렇게 삶의 가꿔가는 중이다. 이렇게 학습한 것들이 하나둘씩 쌓이고, 나 자신의 균형이 잘 잡힌다면, 남은 생은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더 재미있게 말이다.


인생의 기본 전제가 어려운 것이라면, 나는 이왕이면 재미있게 살고 싶으니 조금은 여유를 부려도 좋을 듯하다. 쉴 때 쉬고, 놀 때 놀고, 하고 싶은 말 하고, 그렇게 살 것이다. 그렇게 살고만 싶었지, 그렇게 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살아보겠다. 여러분들도 원하는 삶의 태도 한 가지를 정하고, 마음껏 살아보자. 행하는 것도 나, 책임지는 것도 나일 테니 조금은 과감하게!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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