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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훈 Sep 13. 2018

리더십은 좋은 것, 관리는 나쁜 것일까?

리더십(Leadership) Vs. 매니지먼트(Management), 관리하면 리더의 자질이 부족한 것일까?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사회에 나와서 보니 경영학에서 배운 리더십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초년 시절에는 괴리감이 느껴졌는데 선배들의 얘기처럼 ‘책에서 배운 것과 실전에서 부딪치는 것은 다르니까’라는 생각으로 몇 년은 무감각하게 지나갔던 것 같다. 유통이라는 업종의 회사에서 영업담당을 하다 보니 초년생 때부터 실적 압박을 달고 살기도 했고 매일 매일 회사의 지표에 맞추어 일을 하는 시스템 속에 들어가 있다 보니 ‘관리’라는 건 회사니까 당연히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직장에서 두 분의 팀장님과 일했지만 내가 보는 두 분의 차이는 유능하고 리더십이 다르다는 것보다는 실적이 나쁜 때 용기를 주려고 노력하는 분과 자기 입장을 더 부각시키며 잠도 안 재우고 관리점포를 밤새 돌도록 하는 분 그 정도 차이 밖에 없었다. 대체 책에서 배운 리더십은 어디에 갔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매니지먼트라고 이야기하는 관리는 밤낮이 없었다. 그 때는 그룹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같은 통신사에 같은 휴대폰 메이커에 획일화된 메시지 받고 제한된 시간 내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전화통에서 욕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으니 리더십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관리지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매출이다. 한 5년 전쯤 모 그룹의 계열사를 컨설팅 했을 때 그 회사는 가장 큰 지표를 매출에서 수익으로 바꾸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기업이라는 정의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이윤의 획득’이 평가에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한다. 요즘은 사회적 기업도 있어서 그런지 기업이 돈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직구성원들도 많지만 어쨌든 기업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화한 것이다. 이런 본질이 있는데도 팀장들은 지금도 관리하지 말고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팀장 입장에서 보면 참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인데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뉘앙스로 얘기해야 한다면 팀 구성원 모두가 팀장과 한 마음, 한 몸처럼 움직인다면 혹시 모를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은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좋든 나쁘든 개성을 가지고 있는 법, 갑남을녀를 한 팀으로 모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즉, 관리는 공존해야 한다.


그래도 팀원들은 관리 받는 것을 싫어한다.

매니지먼트 즉, 관리라는 게 모두 불필요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관리만 하는 게 나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리더십을 교육시키는 많은 사람들이 본의는 아니겠지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좋다는 걸 너무 강조하다 보니 과거 몇 년 간은 관리하려고 하는 팀장은 나쁜 리더로 치부되어 왔다. 팀원이었을 때는 나도 여러 가지 관리가 피곤했지만 여러 팀장들과 일을 하다 보니 리더로서 존경할 만도 하고 일정 부분 관리를 잘 했던 분도 있었다. 그런 조화가 되지 않아 무조건 착하고 긍정적이고 사람의 내면의 좋은 점을 끌어내려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자기가 원하는 정해진 답을 얘기해 주지 않고 했던 팀장이 더 힘든 적도 있었다. 한 편으로는 리더십과 코칭에 치우친 팀장은 본인의 생각이나 기준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그 분이 임원에게 깨지는 모습을 볼 때면 ‘저러니까 깨지지’라는 생각을 갖은 적도 있다. 사람은 자율적인 존재니까 관리가 모두 유쾌할 수는 없겠지만 파레토의 법칙처럼 ‘리더십:관리=8:2’ 정도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실 리더십도 관리도 현장에서 발휘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현재의 많은 팀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안들은 일도 일이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문제이고 열 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려운 것이 한 길 사람 속이기 때문에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기도 쉽지 않고 해결한 문제를 팀이라는 관점에서 마지막으로 총정리 하는 것도 팀장에게는 큰 과제이기도 하다.


결국 관리하고 기록해야 한다.

팀장의 핸드폰, 스케줄로 가득하다. 매일 아침 출근 길에는 회사 메일부터 시작해서 회의와 미팅 스케줄이 빼곡하게 미리 보기 창을 메운다. 리더십을 발휘할 틈은 어디인지 발견하기가 무섭게 관리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관리는 20%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전에 어떤 팀장님과 컨설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함께 일하는 나까지 정신을 잃게 만드는 분이었다. 물론 팀원들의 의견도 나와 비슷했고 한결같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은 많은데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수준이었고 우선순위는 물론 없었다. 자기 기준은 있었지만 그 팀원들 누구도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팀에서 늘 이야기가 나오는 것들은 프로세스가 있었으면 좋겠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와 동기부여, 중간 중간에 면담도 진행하고 팀원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육성하려는 의지도 있는 분이었지만 문제는 본인 뿐 아니라 기본적인 팀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다 말은 것들은 많았지만 하나라도 끝까지 완결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늘 바빴다. 내가 가끔 강의 때 하는 우스개 소리로 ‘일을 못하는 사람이 바쁜 이유를 아시나요?’라고 묻는데, 딱 그 전형이었다. 정리도 관리도 안 되니 ‘한 일을 또 하고 전에 해 놓은 자료를 못 찾고 한 일을 또 시키고’ 하는 지루한 반복이 계속되었다. 결국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ship’을 기저에 깔아두고 실무에서는 팀원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일에 대한 결과,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리더십과 기록을 기반으로 하는 관리가 공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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