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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훈 Oct 18. 2018

성과를 내는 것은 사람이고 육성하는 것은 팀장이다.

언제까지 실무자로 살 수 있을까?

기업의 규모나 인사제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10~15년이면 팀장이 될 기회를 얻게 되고 운과 노력에 따라 보직자가 되게 된다. 사원시절 내 눈에 비친 팀장의 모습은 자기는 안 하고 계속 잔소리와 독촉으로 하루를 보내며 결재 도장도 찍기 싫어서 잉크 나오는 도장을 나한테 던지는 사람이었다. 요즘도 뭐 별다르지 않게 사는 경우도 있다. 팀원들에게 꼰대 소리 들으며 전자결재 시대니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주고 회사 어디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모르게 위치 추적 장치마저 무력화시키는 팀장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름마저 아름다운 실무형 팀장으로 살고 있다. 팀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발로 뛰어다니며 진행하고 어설프게 써놓은 보고서를 다듬으며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잊은 지 오래고 살아남기 위해 주말도 주일도 없는 사람이 주변에는 더 많아 보인다. 과거에 내 모습도 별 다르지 않았지만 요즘 팀장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현재 닥친 실무에서 벗어나 팀 전체를 보고 방향이나 전략을 구상하기는 환경적인 뒷받침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조직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과는 달리 언제까지 실무자처럼 살아야 하는 것일까? 심지어 요즘은 임원이 되는 나이도 젊어지다 보니 임원 중에도 ‘O대리’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권한위임(Empowerment)가 어려운 이유는? 

팀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허리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항아리 몸매가 되고 있어 허리가 없기도 하지만 조직적으로는 호리병 모양이 되고 있어 팀에서 중간 역할을 할 과장, 차장이 부족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다들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조직은 허리가 빈약해져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소위 임원들은 그마저도 팀장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부 직급에 인원이 적다 보니 어디서 스카우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자면 예전부터 일을 많이 하는 직급이라고 조직이 규정하던 대리급들이 일을 많이 해 주어야 하는데 30~35세 사이에 자신의 방향과 꿈이 나름대로 뚜렷한 계층이다. 인구통계적인 나이라는 기준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도 동기부여와 육성, 멘토링, 코칭이 지속되어야 조직에 남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겪어온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왜 그들이 조직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평균 마흔 이상인 팀장들의 성장과정과는 사뭇 다르다. 보상에 박했던 시대에서 개인마다 잘하는 점을 찾아서 보상하는 과정으로 교육이 변하는 시기를 겪는 다른 두 세대인 것이다. 점점 자율과 보상에 대한 폭이 넓어지고 과거에는 학교 교육과정에도 ‘모르는 게 자랑이냐! 모르면 자가 발전해라.’라는 식에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결국 그 결과 학교의 모습은 조직으로 이어지고 단순히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겪은 경험에 기인한 차이가 상호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안되면 까라. 밤을 세워서라도 답을 내라.’라고 배워 온 팀장 세대와 ‘모르는 건 누군가 가르쳐 줘야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하라니.’라고 생각하는 대리급 이하 팀원 세대 그리고 그 사이에 조직에서 보통 수준 이상의 업무 역량을 갖추고 변화하지 않은 조직의 인적, 사업적 구조에 염증을 느낀 과장, 차장급들이 창업에 뛰어들거나 특기를 가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업무와 관계적 격차가 가중되고 결국 팀장은 팀원들과 일을 나눠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임원들은 팀장들의 사수였으면서 팀장에게는 꼰대 같이 굴고 팀원들에게는 신세대인 것처럼 연기를 한다. 위기가 오면 다들 괴물이 될 수도 있으면서 평온한 시기에는 다들 아닌 척 하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지만 현실의 답은 육성 뿐이다.

예전처럼 관리형 팀장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팀장도 실무에서 멀어질 수 없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제약된 자원을 최적화하여 최대한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좀 더딜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성과와 스스로를 전략형 팀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열성적인 육성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인력개발(HRD)을 업(業)으로 하다 보니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고 가르쳐 주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팀원을 육성한다는 관점보다는 팀의 지속적인 성과와 팀장 자신의 직장 내 연속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쪼아대는 것도 한없이 긍정적인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도 아닌 사실에 입각한 긍정&부정적 피드백과 한 단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코치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고, 이 사람을 육성하는 것은 팀장이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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