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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Nov 30. 2017

디자이너처럼...

직장에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며 일하기

일본인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참배해야 한다고 믿는 신사가 있다. 미에현(三重県)에 있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이다. 이세신궁에서는 20년마다 중요 건물인 내궁(內宮, 皇大神宮)과 외궁(外宮, 豊受大神宮)을 다른 장소에 새로 짓는다. 이를 ‘식년천궁(式年遷宮, 사이넨센구)’이라고 한다. 모시는 신령은 물론 건물과 바닥의 자갈까지 새로 옮겨간다. 왜 전통 건물을 보존하지 않고 새로 짓는 것일까? 

[ 아래 건물이 새로 지은 내궁이며 위쪽에 있는 것은 철거하고있다.  20년마다 이 일을 반복한다 ]


이에 대한 해답은 ‘후지와라 신야(藤原新也)’가 쓴 「황천의 개(黄泉の犬)」라는 책에 있다. (국내 번역본은 2009년 청어람미디어에서 출판되었다.) 

   
"이세신궁은 특수한 건물이다. 그것을 짓는 기술은 세대가 바뀌기 전에 전수되어야 한다. 수백 년 동안 보존된다면 건물은 멀쩡해도 장인은 사라지게 된다. 이건 단순히 기술을 전승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손끝으로 하는 일에는 반드시 마음이 전해져야 한다. 장인의 기술을 전승한다는 것은 마음을 전승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세신궁은 보존이 아니라 파괴를 통해 그 형태 속에 잠재되어 있던 일본인의 마음을 계승시켜 왔다. 구축이 곧 파괴며, 파괴가 곧 구축이 되는 것이다.”     


‘기술이 아닌 마음의 전승’ 이 한마디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오늘도 회사에서는 한 사람은 입사하고, 한 사람은 퇴사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은 무얼 보고 일하고, 퇴사하는 사람은 무엇을 전해주고 떠나는 것일까. 배우고 전해줄 것이 없다면, 직장인은 주어진 매뉴얼대로 일하면 되고 닳아지면 교체되는 톱니바퀴일까. 매뉴얼대로 움직인다면 조만간 우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이미 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마음마저 빅 데이터(big data)로 조종될 수 있는 시대니까.



데이터로 변환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건축 디자인 회사에서 13년, 건설관리 기업에서 영업기획과 제안 업무 12년 그렇게 25년을 보냈다. 잘 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배운 것 중 쉽게 일하는 요령이 아닌,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디자인 회사와 일반 기업의 생존하는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는 개선보다는 혁신이, 혁신보다는 어쩌면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현실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바로 현실에 적용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비즈니스 기획과 제안 업무에 적용되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비즈니스 관리자의 분석적인 사고방식이 서로 공존하는 회사가 많을수록 우리 기업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비즈니스 맨의 분석력이 합쳐진 팀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




건축 디자인, 영업기획, 제안 어느 한 분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25년간 옆에서 지켜본 눈썰미와 성공보다는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 한 장 써내려 갈려고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서로가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박수쳐주는 사회가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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