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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Dec 04. 2017

디자이너처럼 : 아! 그것 때문에...

직장에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며 일하기_3

오늘도 직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어느 목요일 오후 2시, K 부장 핸드폰이 ‘카톡’, ‘카톡’ 울린다. “11층 A 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있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회의시간은 오후 3시. ‘무슨 회의를 이렇게 하지?’라고 투덜거리며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참석해 보면 안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3시, 회의실에 도착하니 테이블에 제안요청서(RFP : Request for Proposal)가 놓여 있다. 돌아보니 좁은 회의실에 각 분야 담당자가 다 모여 있다. K 부장은 ‘아이고, 누가 또 사고 쳤구나!’라고 혼자 생각한다. 영업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급하게 제안서를 써야 한다고, 회사 일이니 모두 휴일 반납하고 일해야 한다.”라고 일장 연설을 한다. 제출날짜를 보니 10일 후다. 제안 담당 K 부장은 영업팀장에게 영업을 통해 수집된 정보와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제안요청서에 다 있다.”, “영업은 완벽하게 다 했으니 형식적으로 제안서만 기일 내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제안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요구조건에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야근, 휴일 근무는 물론이고 철야까지 해서 겨우 제출 시간을 맞춘다. 이틀 후 결과가 나왔다. 떨어졌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업은 잘 했는데 제안서가 부족해서….”, “이번 제안서는 좀 그래, K 부장이 이젠 감이 떨어졌나 봐.” K 부장은 혼자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입에 문다. 내뿜은 담배 연기와 푸른 하늘을 보며 K 부장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 구름은 누구 때문에 변하는 걸까? 바람, 욕망 아님 나? ]


수주제안을 하는 기업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직도 관계 중심의 영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안 작업은 부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관계 위주의 영업이 중요하다면 경쟁까지 가지 않도록 영업을 해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상황까지 끌고 가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급조된 제안 팀에서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나와 성공하길 바라면 안 된다. 가장 이상적인 제안 팀은 영업과 제안이 같이 시작하는 것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사전 영업단계부터 영업과 제안 담당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영업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제안 담당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는 단계처럼 말이다. 솔루션을 가진 콘텐츠라면 단 2줄의 문장도 최고다. 이렇게 해야 계약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 전문분야는 specific하게, 세상일에는 general하게 ]

이런 제안을 담당하는 책임자는 ‘T’자형 인재가 적합하다. T자형 인재는 다방면에 박식하면서도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깊이를 지닌 인재를 말한다. 어쩌면 '건축가' 같은 인재를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건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역량뿐만 아니라 구조, 설비, 법규, 최신 트렌드 심지어 인문학적 소양까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주기업에서 이런 ‘T’자형 인재를 가지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이런 인재들이 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 밭에다가 모를 심어 놓고 쌀이 나오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 아닐까?


그래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하지만...



수주를 해야 회사를 키울 수 있는 CEO들이 즐겨하는 말이 있다. "영업이 최고다. 우리 회사 영업직은 최고의 인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유효기간이 지나면 과감히 버린다. 아무리 잘나가는 어느 회사 영업직이라도 그들이 버리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응급실에 실려 갈 수 밖에 없는 존재 일 수도 있다. 그래도 수많은 직장인은 그 일을 한다. 소설가 김훈이 이야기한 "밥벌이의 지겨움" 때문일 것이다.




제안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수주산업   

  

수주산업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수요자의 주문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라 설명되어 있다. 건설·조선·플랜트·엔지니어링·IT 서비스분야 등이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 수주는 한자로는 ‘受注’, 영어로는 ‘Business Development’라고 표현한다. 한자는 ‘받을 수(受)’와 ‘부을 주(注)’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가 부어주어야만 받아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어의 ‘Business Development’라는 표현이 능동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한자 표현은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이는 동양과 서양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 미시건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1941~)이 쓴 「생각의 지도」라는 책 “2장 :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과 “6장 :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제목만 보고 사면 뒤 책을 사게 된다 ]


수주산업을 하는 국내 기업은 수주를 위해 조직에 ‘수주영업팀’을 구성한다. ‘수주영업팀’이라 불리다 보니 실무자도 ‘수주’와 ‘영업’을 혼동한다. ‘영업’과 ‘수주’ 활동은 완전히 다르다. ‘영업’은 기존고객을 관리하고 신규고객을 발굴하여 사업기회를 만드는 것이고, ‘수주’는 발굴된 기회를 계약으로 연결하는 활동이다.  영업’과 ‘수주’에 대한 확실한 구분 없이 마케팅 활동을 하게 되면 사업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 조직 내부에서 ‘영업’과 ‘수주’사이에 틈새가 생기기 시작한다. 따로따로 노는 것이다. 영업 활동의 정보가 수주단계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업무에 문제가 생긴다. 수주를 위한 제안과 발표에 고객 요구가 제대로 반영 안 돼 솔루션(Solution)이 없는 그저 그런 제안이 되고 만다. 성공하면 자기 탓, 실패하면 남의 탓을 한다. 


국내 수주 산업에서 영업활동은 아직도 관계 위주 영업이다. ‘술 상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이러한 영업을 ‘ABS(Alcohol Base Sales) 영업’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으로 ‘MKG(마작, 가라오케, 골프의 머리글자) 영업’이라 부른다. 이런 관계 위주의 영업은 B2B 비즈니스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중요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고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넓어지고 있으며, 기업 내부 의사결정도 일방적인 판단이 아니라 실무자 의견까지 종합하여 결정하고 있다.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고, 우호적이던 담당자는 갑자기 안면을 바꾼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 위주의 영업 활동은 한계에 부딪힌다. 


이제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고객의 내부에 침투하여 고객의 진정한 요구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을 검토하여 제안하는 ‘솔루션(Solution)영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솔루션 영업을 한다고 말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좀처럼 실행하는 기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고객 요구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아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은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에게 기획하고 보고하는 데도 필요하다. 백지에서 시작해 고객 요구를 반영한 솔루션을 찾아내 시각화하여 제안하는 디자이너 사고방식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그럼 디자인은 만능인가요?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의 함정은 언제나 존재한다. 스스로 디자인 함정에 빠진 경우디자이너 선택이 아닌 권력자(고객)의 힘에 의해 선택된 디자인이 주는 불편함을 살펴보자.


2000년대 아이리버는 MP3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2004년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세계시장 2위를 차지할 정도로 MP3와 CDP 업계의 글로벌 강자였다. 아이리버는 원래 소리(sound)를 소비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하자 본질인 ‘소리(sound)’보다 외형, 디자인에 집착하면서 아무 의미도 없는 단지 예쁜 MP3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나 시대 흐름은 뒷전이었다.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상을 받는 등 외형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예쁜 디자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애플이 ‘사용하기 편한’ 즉, 구매한 노래를 다운로드 받는 것부터 집어넣는 것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아이튠즈’와 결합된 ‘아이팟’이 출시되면서 아이리버는 MP3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다. 성공에 취해 ‘업(業)’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한 채 예쁜 디자인만 추구한 까닭이다. 

위기의 순간, 2011년 10월 대표로 취임한 박일환 CEO는 임원회의에서 ‘업의 본질’에 관해 묻기 시작한다. 결론은 ‘궁극의 소리’가 아이리버가 추구하는 ‘업의 본질’이었다. 이후 아이리버는 소비자에게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한 소리를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고품질 Hi-Fi 시장에 뛰어들어 MP3로는 엄청 고가인 AK-Series 제품(AK240 모델의 경우 소비자가가 240만 원에 달한다)을 선보인다. 그러자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고 기업은 정상화되었다. [출처 : 동아비즈니스리뷰, “궁극의 소리로 이뤄낸 부활, ‘업의 본질’에서 진주 캐내다”, April 2015, Issue 2 No.175]

AK-Series는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디자인상을 받았다. 디자인은 업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을 더 성장하게 하는 요소지만, 본질을 잊어버린 채 제품만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 AK 240 모델 ]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975년에 준공되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다 보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국회의사당의 ‘돔(dome)’이다. 왜 돔을 지붕에 얹었을까? 경향신문 2015년 10월 3일 자 기사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어쩌다 지붕에 돔을 얹었나?”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설계안으로 확정된 초기 디자인은 캐노피가 중층으로 되어 있고 기둥이 있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 반응이 좋지 않았다. 공동설계에 참여한 건축가 안영배 교수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의사당이라고 하면 미국 국회의사당의 큰 돔이나 유럽의 돔이 있는 건물 같아야지, 왜 여긴 돔이 없냐?’는 불만이었어요. 그렇게 만들지 않고 왜 현대식만 좇느냐고 했죠.” 하지만 ‘현대 건축’을 하는 건축가들이 더구나 국가상징 건물을 수백 년 전 서양 건물의 모방으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안영배 교수는 “지금 시대에 옛날 르네상스 시대의 돔이라든가, 이런 양식을 어떻게 건축가들이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우린 현대적인 안을 원하고 옛날 양식은 원치 않는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축가를 일개 기술자로 취급하던 1970년대 국가권력과 관료를 몇몇 건축가가 이길 순 없었다.    

                   

[ 국회의사당 초기 설계안 : 지금 보다 친근해 보인다. 여기선 싸우지 않을 것 같다 ]

국회의사당은 1975년 여의도 양말산(羊馬山) 일대 부지에 2만1,881㎡ 면적과 높이 70m로 모습을 드러낸다. 지름 64m, 높이 20m, 무게 1,000t의 거대한 르네상스식 돔을 머리에 얹은 채로 말이다. 안영배 교수는 “원안대로라면 납작하고 길어서 상당히 안정되고 좋았을 텐데. 그런데 길이가 짧아지고 높아지니까 비례가 영 맘에 안 들었어요. 그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이었어요!”라고 말했다. 2000년에 국회에서는 ‘돔’에 황금색을 칠하려고 시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황금색을 칠하려고 시도한 이유가 가관이다. ‘밤에 보면 의사당 돔이 너무 우중충하니 황금색으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라는 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것이란 한다. 그 관계자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렇게 자신들의 권위를 드러내고 싶어 한 그 ‘돔’ 아래서 국회의원들이 40년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선택한 디자인으로 한강 변을 지나는 국민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누릴 즐거움을 빼앗아가고 흉물스런 ‘돔’ 아래에서 국민에게 욕먹을 일만 한 것은 아닌지….

            [ 미국 국회의사당(워싱턴 D.C)과 브라질 국회의사당(브라질리아) : 당신의 선택은? ]



의미를 갖는 디자인과 제안


모든 예술과 디자인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예술은 감상자에게,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주어야만 탁월 하다라는 의미를 받을 수 있다. 둘 다 ‘탁월함’이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보자. 에어컨, 냉장고, 전기밥솥, 토스터, 정수기 등. 하루에 얼마나 사용하는가? 제품들 각 각을 보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은 극소수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그 위치에 놓여 있다. 기능상 효용만을 본다면 디자인은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디자인을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생각한다. 왜일까? 그것은 단순히 제품을 효용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같이 구매하는 것이다. 그 의미는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마다 다 다르다.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이어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서, 우리 집 분위기와 어울려서….” 그래서 디자이너는 기능상 효용뿐만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찾아내 실험하고 또 실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지만 시장에서 다 성공하지 못한다. 잘못된 의미를 부여했거나 디자이너 생각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부여하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살펴보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은 어떤 것일까? 아이폰도, 갤럭시도 아니다. 바로 ‘노키아 1100’이다. 2003년 발매된 ‘노키아 1100’은 주로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에게 5년 동안 2억5,000만 대나 판매됨으로써 단일제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기기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흐름에 뒤처지면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했지만 피처폰 시대의 최강자였다.    

                  

[노키아 1100 모델]

노키아 1100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다. 이 제품은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인근 지역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한 특성만을 탑재하고 나머지 특성은 가차 없이 단순화시키거나 완전히 제거했다. 또한, 노키아 1100은 서구의 소비자들이 생소하다고 느낄 만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이 휴대폰은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하나의 전화번호에 여러 사람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 기능은 전화기 한 대를 마을의 여러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내장 플래시 라이트, 라디오 등의 액세서리가 탑재되어 있어 전기설비가 낙후된 지역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노키아 1100은 통찰력과 창의력의 결정체라 말할 수 있다. 노키아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개발도상국 농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그 농부가 처한 고충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 고충을 극적으로 줄여줄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거대한 신규수요를 창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의미있는 디자인은 기업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생활을 더욱 활력 있게 해준다. 


전형적인 수주산업인 조선업에서 한때 세계 조선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조선업이 몰락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김용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출처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축적의 시간_Made in Ko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지식노마드, 2015)

“일본 조선업이 몰락한 근본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로 일본에서는 ‘표준선’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던 것에 주목해 보아야 합니다. 일단 표준적인 배를 만들고 나서 ‘싸게 줄 테니 사라’는 식이죠. 따라서 일본의 조선업은 주문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한국은 정반대로 고객 대응 마인드가 매우 강했으니 주문자 입장에선 한국 업체들이 좋을 수밖에 없겠죠. 선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특수한 요구를 잘 맞춰주고, 속도를 잘 내고, 에너지도 적게 쓰고,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해준다니 더 바랄 나위가 없었던 겁니다.”


이처럼 수주산업에서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제안이 의미 있는 제안이다. 그것이 이기는 제안이다. 일본처럼 자기 제품만 좋다고 주장하거나 자랑만 늘어놓는 제안을 하느니 차라리 회사소개서를 갖다 주는 것이 낫다. 그런 제안서는 보관할 필요도 없다. 후임자만 더 헷갈리게 한다.



다음은 '좋은 디자인과 제안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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