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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좋죠?: 시시콜콜한 잡담

by 원조글맛집 이경희

오늘 날씨 좋네요. 아, 식상하다. 나는 화두로 늘상 날씨 얘기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잡담 능력을 사회성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아무나 보고 어떤 주제로도 태연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베스트인데, 사람들은 웬만해선 처음보는 사람에게는 어렵다고들 한다.


나는 가끔 시내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옆에 타신 할머님, 할아버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주변인이 학생이든 버스운전기사님이든 상관없이 두둑한 뱃심으로 그냥 밀어붙인다. 이때에도 날씨이야기가 필요할까? 이미 한 버스를 탔는데!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길은 왜이리 막히는지 등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간단한 스낵(주전부리: 티백, 커피, 사탕같은 것들)은 분위기를 온유하게 한다. 텀블러 백에는 늘 달콤한 것들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간단한 티타임에서 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용건이 있어 간단하게 말할 오전의 예민함이 사탕 한 알에 요래죠래 얽혀 나온다.


사회 초년생의 흔한 실수가 험담, 군집화에 말려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험담을 할 때에도 나는 순간적인 잡담으로 중립을 유지한다. 예를들면, “저 사람 왜저래. 열받아 죽겠네?”라는 날카로운 말에, 나는 “오늘이 레전드다. 한 기록 하시네.“ 정도의 말로 눙을 친다.


2019년 연말 나와 함께 인사과에서 있었던 선배 하나에게 누군가 “쟤 언제 퇴사한대?“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그는 ”이게 그 애의 레거시 아닐까?”라는 위트있는 잡담으로 넘어갔다. 순간적으로 얼었던 분위기가 웃음으로 바뀐다. 말의 묘미, 여기에 나는 리액션도 덧입힌다. 영어 회화를 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은 고개 끄덕이기, 손가락 제스처 등이 있는데, 대체로 눈 마주치기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당신의 하루, 오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회에서는 돈이 다가 아닌 것 같다. 돈의 계층화보다 오히려 두둑한 뱃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말을 해야 나를 표현 할 수 있는지, 사람들과 간단한 잡담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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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