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을 미친듯이 먹었다. 망고스틴 망고 기타등등의 과일을 먹고 샴페인 와인 기타등등의 술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렌트카를 빌려 이곳 저곳을 여행했다.
하루는 택시를 타고 한라산입구에 내렸다. 딴에 이쁜 옷이라고 입었는데 살이 쪄서 다리 윗 부분이 이음새가 조금 터졌던 거 같다.. ㅎ.. 아무튼 헥헥거리고 올라가다가 산 중턱 쯤 올라왔는데, 중간에 내려갈까, 어쩔까 물도 안 가져왔고 화장실도 가고싶다는 생각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아저씨 한 분이 그말씀을 하셨다. “중간쯤 왔는데, 조금만 지나면 올라가기 쉬워요. 올라가기로 했으면 나하고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거요.”
아, 그렇구나. 정상을 찍어보자. 생각해보면 나는 나와의 약속을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인간이었다. 버킷리스트라고 적어놓은 것들을 제대로 실현 해 본 적도 없고, 다이어리를 1년마다 사도 앞에 몇장만 예쁘게 데코해놓지 끝까지 써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이유를 찾아보았다. 아, 나 여행 죽으러 왔는데. 꼴에 마지막으로 살아있을 때 해보고 싶은거 하려고 여기 왔지. 제일 비싼 호텔, 제일 좋은 침대, 제일 좋은 시간에 나는 여기에 와서 돈 300정도를 7일만에 다 써버렸다.
그러다 만장굴에 갔는데 녀석들이있었다. 같이 있었던 아이들이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너넨 사람 여러번 살린다. 고맙기도 하고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도 너무 보고싶다. 앞으로는 너희 위해서 산다고 그리 다짐하고 그곳에 다시 갔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이모핑계를 대며 다시 너네를 보러 갔다.
집으로 오는 길은 오히려 홀가분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제사,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나도 구하고 싶고 나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
내 상처만을 더이상 핥지 말아야 하는데, 같이 가는 길은 늘 이렇다. 이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