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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한다.

오지콤이 아니라고.

우리집 가훈은 “믿음의 아버지 사랑의 어머니 성실한 아들딸”이다. 돈 명예 권력보다도 성실성 그 하나만을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돈은 늘 따라오는 것이라고 내 부모님은 그렇게 가르치셨다. 말씀대로 성실히 벌었다. 경제적 게이지를 높이고 나니 딛고 선 산이 높다. 선택권도 많아졌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나서 생각해봤다. 목적없는 근면성실함은 바보짓이라는 것을. 돈을 아무리 벌어도 다를 게 없는 삶이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지길 바라는 계륵의 삶에서 나는 선택하는 자로 바뀌길 원해서 도전을 시작했다. 타성에 길들여진 삶에서 나는 내가 선택하는 인생을 몇번이나 살아봤는가?


나는 2월부터 굴러다녔다. 모아둔 돈을 까먹고 손에 쥔 것은 고작 자격증 몇개 뿐이었다. 이걸로 뭘 해먹고 살까를 고민하다가 6월달에 일을 벌였고, 10월에 취직을 했다. 못된 망아지 버릇이 또 나와서 다시 튈 여지를 본다. 나는 나의 운을 기어코 바꾸어 놓을 것이다. 직업을 바꾸려면 뼈를 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리셋되어 오늘부터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시간이 돈으로 생각되는 요즘이다. 툭 하면 친구들과 여유를 찾고자 카페, 커피 등의 문화를 즐겼다. 막상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기엔 나이 대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에 생산적인 것을 하고싶었다. 지금도 나에 대한 투자같은 것들, 신체적 정신적 심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자양분을 찾고 있다.


오죽하면 이젠 고민하는 시간조차 아까워진다. 할까 말까 보다 “일단 저질러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회제도내에서 반사회성을 가지지 않고 나만의 일탈을 행하는 거라면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 배우기, 겨울 옷 장만하기 등등.. 내가 파산할 정도만 아니면 투자할만 하잖아? 나를 위한 일인데, 못할 게 뭐란 말인가? 당근에 동아리도 있어서 등산이나 골프 아니면 독서 모임에도 나가 볼 참이다. 후훗, 나는 외향성이라구.


아.. 근데 주변에서 또 스트레스를 준다. 날 사랑하기도 바쁜데, 왜 또? 내가 결혼 하려고 태어났나? 내가 도대체 원하는 것은 뭘까? 나도 나 스스로가 미완성의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 핑계삼기 딱 좋다. 나는 나의 반쪽을 찾아 떠난다. 사랑할 준비도 어느정도 갖추어 졌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랑한다 싶새끼야” 할 짚신이 없다. 주변에 뭇 노총각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살더라. 어디 만날 사람이 없나 두리번 거리기보다, 나는 나를 더 아낀다.


막상 만나면 보이는 게 다다. 난 걸치는 것도 그지 삼발이로 입고다니면서 일한다. 아무나 안 만나고 싶어서. 돈은 있는데 아무데나 투자하고 싶지 않다. 길러서 잡아먹는 게 아니면 아무거나 안먹는다. 뭐 하고 돌아다닌지 모르는 사람에게 경계심도 심하다. 옛날에 시집가기 전 노처녀인 고모가 하던 짓이 생각나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


이제서야 길들여진 삶에서 벗어나 기르는 삶으로 여행을 떠난다. 안녕 나의 과거야. 나는 성실한 “free희”로 돌아간다. 자유롭게 살아도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들도 나에게 아직도 그러고 사나 안부를 묻는다. 새끼, 고맙다. 많이 사랑한다 얘들아. 같이 가자는 말이 시집장가 같이 가자는 말로 변해버렸다. 이새낀 한국말 모를텐데.. 그래.. 아무튼 같이 가자.


미래의 내 반쪽아, 아마 내가 너라면 나 안만나고 싶을텐데, 아.. 어쩌면 너는 길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이 여우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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