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가끔 찾아온다
1. 말도 안 되게 멋지고 대단한 사람을 보면 존경 8할에 2할의 못난 감정들이 생긴다. 그 못난 감정으로는 질투, 괴리, 비교, 자괴, 회의 등이 있는데 처음엔 고작 2할 정도이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2할이 12할이 되고 나중에는 92할 정도까지 차 버리기도 한다. 주로 자려고 누웠을 때 만렙을 고지에 둔 그 못난 감정들에 내가 잠식되어 버리기도 한다.
2.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신나고 즐겁다가 어쩌다 한 번씩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이 기간의 나는 떡볶이를 먹다가도, 이를 닦다가도,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수다를 떨 다가도 문득 작아진다. 어떤 괴로움이 있고 나의 못남이 깊게 느껴지는 때일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더 밝고 상냥하며 웃음 넘치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상황에 따른 페르소나가 아주 철저하게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에 나 스스로도 수십여 년째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한다.
3.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그 감각은 결코 특별한 게 아니며 누구나 가진 평범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정말 정말 그 누구보다 잘하는 건 뭔데 그럼?이라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서른 중반까지 살았는데 새삼 이제 와서 내가 모르는 내가 진짜 진짜 잘하는 게 있지 않을까? 없을까 너무 궁금하고.
4. 스스로를 끊임없는 창작의 세계 속에 자유롭게 내던져 두고 조용하고 묵묵하게 걷고 있으면 나의 깊은 곳 어딘가 ‘창작의 장작’이 이글거리며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들로 활활 타오를 줄 알았다. 지금의 나이 즈음엔 거기서 맘에 드는 숯을 골라 쓸 수 있게 될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좀 더 살아야 하는구나 싶은 결론에 도달했을 때면 조금 좌절스럽다.
5. ‘불’ 얘기하니까 생각난 뜬금없는 소리인데, 혹시라도 손에 불붙을까 무서워(아직도) 성냥개비를 갈색 부분에 긁을 때마다 속으로 심호흡 한 번 하고 시도하는 조금 바보 같지만 귀여운 듯 하기도 한 서른 중반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