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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얼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by 모모


열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나설 때와는 사뭇 다른—

미라처럼 얼굴 반쪽을 가리고, 귀부터 목 한가운데까지 진한 절개 자국이 드러난 모습으로.


"엄마 모습이 좀 무섭지?"

"응? 뭐가?

엄마 집에 왔다, 오예!"


이상한 모습에 놀랄까 봐 걱정했던 나를 머쓱하게 만드는 아이의 반응.

수술 전이나 후나, 현실을 태연하게 마주할 줄 아는 건 아이뿐이다.



수술을 받고 나면,

눈을 떼낸 안와, 이하선과 임파선을 제거한 목과 귀, 피부이식 때문에 살점을 뗀 허벅지… 수술 부위 이곳저곳이 무척 아플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정작 끝나고 보니, 수술 부위는 생각보다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수술로 인해 많은 신경들이 손상되어 통증조차 느낄 수 없는 거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절개수술로 인한 안면 마비였다.
식사를 할 때마다 음식물의 반이 오른쪽 입을 타고 흘러내렸다. 말을 할 때에는 자꾸만 입이 돌아가면서 샌 발음이 나왔다.

하지만 안면 마비가 괴로운 진짜 이유는, 그런 얼굴을 내 눈으로 봐야 해서였다. 거울에, 창문에… 심지어 숟가락에라도 나의 삐뚤어진 얼굴이 비칠 때면, 당장 무언가를 던져서 깨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퇴원하고 2주가 흘렀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량을 늘리고, 좁아진 시야와 거리감에도 조금씩 적응해 갔다.


그리고 수술날만큼이나

기다려지지 않지만, 피할 수도 없는 날,

눈 수술 부위를 열어보는 날이 다가왔다.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무척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눈은... 직접 보시겠어요?"

"자기 눈을 보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나요?"

"수술 후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수개월간 보지 않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 얼굴인데.

앞으로 평생 함께 할 내 모습인데.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아이, 가족, 앞으로 만날 모든 사람들… 그 누구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직접 볼게요."


의사 선생님은 한참을 내 얼굴과 씨름했다.

내 눈두덩이에는 야구공을 박아 놓은 듯이 큰 거즈 뭉치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봉합되어 있던 실을 자르고, 거즈 뭉치를 천천히 해체하면서 제거했다. 눈을 압박하고 있던 것들을 떼고 나니, 살가죽을 다 긁어내서 뼈가 드러난 것처럼 싸허고 시린 느낌이 들었다.


"밑에서부터 천천히 거울을 올려 드릴게요.

마음의 준비되셨죠?"




눈앞에 손거울이 다가온 순간,





비명이 목 끝까지 치밀었다.


아랫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서 우직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몇 초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일순간, 이건 모두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며 진찰실에 있는 서류와 집기들을 내던지는 상상을 했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태어나서 봤던 그 무엇보다 기괴한 얼굴이었다.


안과 의사 선생님이 예고했던 안와에 난 구멍.

그 구멍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로 크고, 넓고, 깊었다. 너무 깊어서 얼핏 보면 검은 탄환이 얼굴을 관통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동안 인터넷을 뒤져 봐도 같은 수술 사례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한순간에 납득이 됐다.


눈꺼풀과 안구를 제거한 얼굴이란,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흉측하다.


기괴하다.



내가 왜 본다고 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아 있는 왼쪽 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아랫입술은 안에서 피가 터져서 검붉은 색으로 부어올랐다.



대체 나한테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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