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취업교육 강사들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이 바닥에서 첫 특강을 시작한 것은 2003년 4월이다. 퇴직하자마자 특강을 해달라고 대학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거의 일을 접기 시작했던 2013년까지 강사료는 큰 변함이 없었다. 2시간 기준에 50만원이었다. 어떤 대학은 두 시간에 36만원 전후를 주었다. 그런 학교는 갈때마다 돈이 적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많이 받을 때는 2시간 기준 80만원까지 받았다. 8할, 7할의 경우는 50만원이었고, 통장에는 48만원에서 45만원 사이의 돈이 입금되었다. 1박 2일 취업캠프를 다녀오면 250만원 전후의 돈이 입금되었다. 취업캠프를 하면 뼈가 녹았다. 당일 오후 2,3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전후까지 쉬지 않고 말해야 했다. 강의를 하고 1:1 자소서 클리닉을 하고 모의 면접을 하고 개별 피드백을 하고, 조별 피드백, 전체 피드백을 했다. 피티, 토론, 인성실무면접을 로테이션하며 지옥을 스케줄로 돌렸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다녀오면 목이 다 쉬고, 하늘이 노랬다. 한 달에 취업캠프 4번만 하면 천만원이 입금되었다. 2000년대 그 정도 돈을 벌면 엄청 많이 번 것이다.
자랑하려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그랬던 강사료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젊은 친구들이 벤처 비슷하게 만든 기업이 강사료를 후려쳐 물량공급이 시작되던 시기가 2008년 정도부터다. 30만원 정도로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20만원까지 떨어진다. 그 업체의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런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이 판 전체도 그런 강사료 후려쳐서 돈을 버는 판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채용 경험 많고 실력 있는 강사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20년 전만 해도 이 판의 강사들은 동네 마당같았다. 다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이 전국을 떠돌았다. 대부분 기업에서 HR 좀 했다는 사람들이었다. 강사료 후려치기로 판이 점점 바뀌면서 젊은 인재들이 이 판에 강사로 쏟아져 들어왔다. 자소서 몇 번 쓰고 합격하면, 혼자 독학 좀 하면 너도나도 취업 전문가. 자소서 전문가. 면접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같은 비전문가들은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질 준비를 했다. 나도 할만큼 했다 생각하고 떠났다. 2013년 5월, 산업단지공단의 전국 투어를 마지막으로 2019년까지 특강을 하지 않았다.(생각해보니 그때도 주최측인 산업단지공단의 문제점을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찬 공개석상에 낱낱히 까발렸다. 그래서 짤렸다.) 떠났다 돌아오니 강사료는 더 떨어져 있었다. 아예 돈에 초탈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시간당 10만원, 8만원, 6만원까지 떨어졌다.(6만원짜리 특강은 모르겠다. 7만원짜리는 들은 것 같다. 난 6만원 5천원짜리 줌 코칭은 가끔 하곤 했다.) 그런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한 두 업체, 한 두 지역의 일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취업 바닥의 강사료가 점점 떨어졌다. 강사료 후려쳐서 물량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트랜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단위 사업 전체 금액은 떨어졌을까? 올랐을까? 어떤 업체들은 페이백까지 한다. 강사료로 입금한 돈 중 일부를 다시 입금하는 시스템이다. 강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강의를 한다. 그거라도 해야지 인지도를 키워 놓은 날이 올 거니까. 이 바닥을 움직이는 것은 영업력이다. 쉽게 말하면 일은 가져오는 자가 갑이다. 그 일을 받아 강의를 하는 사람은 을이다. 때로는 을이고 때로는 갑이기도 한 관계가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 이 바닥이다.
문제는 강의, 수업, 프로그램의 질이다. 22년 전에 50만원이었던 강사료가 지금은 20만원대, 잘 받으면 30만원대로 떨어졌다.(이건 내 기준이다.) 물론 강사들마다 다를 것이다. 평균을 말한다. 22년전의 물가와 비교할때 뭔가 말이 안 되는 마법같은 일이다. 그때도 영업하는 업체들은 이익을 챙겼다. 그때 업체의 이익과 지금의 업체 이익의 차이와 그때 강사수익과 지금 강사수익의(실질 수익) 차이를 생각하면 이 바닥의 강사료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오랜 세월 진화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런 히스토리의 산증인인데, 시간당 4만원짜리 강사를 구한다는 공지를 본 것이다. 그것도 내가 너무도 투명하고 선명하게 잘 알고 있는 특성화고 취업역량 교육에서 말이다.
강사 강의료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강사마다 다 다르고, 상황,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오랜 세월 변화했던 경향성을 말한다. 입금이 최고의 치료제이듯, 교육의 질은 강사료에서 나온다. 아무리 명강사도 쥐꼬리같은 돈을 주면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리 형편없는 강사도 돈을 많이 주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육을 하려고 애쓴다. 모두 그렇지 않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다. 무엇보다 강사료가 넉넉하면 좋은 강사를 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외부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쉽다. 강사료를 들여다보면 된다. 강사료를 높이고 그에 걸맞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유명인이든 갓 시작한 초보강사든 줄만큼 합리적으로 주고 요구할 것을 당당히 요구하면 된다. 허구헌날, 강사료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이것밖에 못드려서… 라는 말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된다. 이것밖에 못주는 것을 알면 더 많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어떤 학교(특성화고)에서 그런 방법들을 찾아서 좋은 강사를 대우해주고 있지만, 정해진 기준은 없다. 학교 마음이다.
제목이 취업 강사들을 생각한다였는데, 사람에 대한 생각은 없고 강사료 생각뿐이다. 돈밖에 몰라서 글이 돈으로 갔다. 세상을 보려면 돈의 흐름을 보라는 말처럼 강사들을 보려면 강사료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도급에 도급에 도급, 외주에 외주에 외주. 이런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착취에 착취에 착취의 시스템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아 착취를 하는 주체로서 우뚝 서는 서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취업 바닥 비즈니스 세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전형적 서사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배울 것은 없다. 뻔하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 사업에 걸맞는 멋진 서사를 써내려가길 바란다.
P.S : 2013년 취업 바닥 떠나야겠다 결심했을 때. 이제 안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해서 2시간 기준 100만원으로 특강료를 올렸다. 문의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연락이 없어졌다. 참. 돈때문에 떠난 것 아니다. 할만큼 한 것 같아 떠났었다. 지금 생각하니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지난 6년 동안 준비를 했고 이제 시작하려 한다.
P.S : 극히 주관적인 일부의 경험으로 쓴 글이라 사실과 다른 부분, 놓치는 부분이 전자와 양자의 텅빈 공간보다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로잡아야 할 부분, 넣거나 빼야 할 내용 등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