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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비 페이백

by 피라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어야 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끝내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마음은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겠다는 마음은 두 가지 운명으로 귀결된다. 지독한 폭력 아니면 영원히 시작도 못함.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것이다. 순간순간의 결정과 그런 순간의 결정이 이끄는 상호작용. 그런 상호작용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것. 그게 삶이다. 선택은 두 가지다. 서핑 보드 위에서 두려워하고 완벽하게 타지 못함에 좌절하든지, 이만큼 타게 되었음에 자부심과 기쁨으로 춤추든지.


화가 가라앉았다. 아니 사라졌다. 아무리 내 속 화를 꺼집어내려고 해도 온데간데 없다. 화는 없어졌지만, 이번 일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해야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너와 나, 거짓과 진짜가 한몸을 뒤섞여 층층이 쌓인 거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일은 오래오래 걸린 그 큰 문제해결을 위한 작은 자료 정도로 여겨야겠다.


오랜 관행, 구조적 문제, 그럴수밖에 없는 현실 등은 다 제쳐두면 당장 해결해야 할 한 가지 문제만 남는다. 애초에 문제 제기가 되었던 강사료 문제다.


문제의 발단이었던 업체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고소를 위해 연락처를 알려달라 해도 답이 없다. 고소와 별개로 내게 할 말이 있으면 연락을 하고 해도 묵묵부답이다. 업체는 잠수중이다. 그 동안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알게 된 정보로 이 사건을 구성하면 이렇다. 팩트 아니다. 추측이다.


1. 시간당 4만원으로 책정된 교육 강사를 구한다는 공지.

2. 이 교육의 원래 강사비는 시간당 6만원

3. 시간당 6만원으로 책정된 공식 강사비 총액은 4억

4. 강사들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금액(시간당 4만원)기준 강사비 총액은 약 2억 7천

5. 책정 금액과 실제 지급 금액의 차액은 약 1억 3천


이 사라진 1억 3천만원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애초에 이 사업을 진행하는 A업체가 처음부터 먹는다.

A업체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주를 준 B업체, C업체가 먹는다.

A,B,C,D,E,F등 하청에 하청에 하청을 준 각 단계의 업체들이 골고루 갈라 먹는다.


가장 강력한 경우의 수는 이렇다. 줬다 뺏는 것이다.

1. 원래 책정된 시간당 6만원으로 계산된 강사비를 강사들에게 입금한다.(총 4억)

2. 약속한 강사비는 시간당 4만원이니, 시간당 2만원에 해당하는 강사비는 다시 돌려받는다.(이 업계에서는 이걸 페이백이라 부른다. 일종의 소개비다. 총 페이백 금액은 1억 3천만원)


사업보고서에는 강사료 송금 내역이 증빙되고, 나중에 다른 통장으로 페이백받기 때문에 이 금액은 추적할 수 없다.(세무조사를 하지 않는 한)


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영세업체들이야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페이백할 수 있다 생각한다.(원칙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저마다의 상황들이 있을테니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 정도 융통성은 있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국내 2,3위를 다투는 대기업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덩지만 컸지, 브랜드 네임만 있는 속빈 강정인 업체이니 실제 사업은 지역의 업체와 강사들을 통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으니. 페이백을 하지 않으면 업체가 이 사업을 할 수 없다 말할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애초에 이 사업은 시작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어쨌든 학생들에게 최대한 도움되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 나의 역할을 생각한다. 별 역할이 없다. 교육 제대로 하자는 외침을 이 초라한 공간에 적는 것. 그리고 페이백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 정도다.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교육청의 역할이다. 잘 하리라 믿는다.


만약 나의 가설이 맞다면,

페이백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이렇다.


선택지는 3가지다.


1. 애초의 계획처럼 시간당 2만원에 해당하는 1억 3천만원을 업체가 먹는다.

2. 공식 책정된 강사비인 시간당 6만원인 총 4억을 강사들에게 준다.

(이렇게 되면 소개비를 받을 예정이었던 업체들이 화가 날 거다.)

3. 페이백 금액을 반으로 나누어 반은 업체가 반은 강사들이 가져간다.

(강사들은 시간당 5만원의 강사비를 받고, 업체는 시간당 1만원의 페이백을 가져감)


페이백 안하면 유지되지 않는 업체들은 강사 페이백의 절반만 가져가고,

강사는 나머지 절반을 가져가고,

이 사업을 총괄 진행하는 업체는 페이백 1원도 먹지 않으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필요도 없는 학교별 발대식 같은 행사를 하고 사업 운영비로 수억이 책정되어 있으니 굳이 페이백을 받지 않아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한다. 더 욕심 부리면 자빠질 것이다.


생각 잘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강사들 적지 않은 분들께 연락을 받았다.

페이백하는 순간 내가 증거를 가질 확율이 99%.

그 증거로 내가 어떤 일을 벌일지는 상상에 맡긴다.


잘 생각해라.

학교에도 나의 믿을만한 네트워크들이 많다.

쫙 깔렸다.

교육의 질은 학교쪽을 통해 모니터링하고,(모든 교육은 원래 그렇게 해야 한다.)

페이백은 강사들을 통해 모니터링할 것이다.


더 합리적인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기 바란다.

이 사업이 끝날때가지는 고소는 홀딩할테니,

걱정 말고 연락 바란다.


진실되고 당당하게 이야기 나누면 안 될 일도 된다 믿는다.

그 정도 융통성은 있으니 연락 바란다.


계속 피하고 숨는다면 간극은 더 커질 것이다.

결국 법으로 해결할수밖에.


아이들에게 보여줘라.

갈등이 생기면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의사소통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우리가 해봐야 그렇게 가르치지.


의사소통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

그게 취업역량의 핵심인 직무역량의 본질이다.

그걸 어른들인 우리가 못한다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이런 교육을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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