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다람쥐 Mar 24. 2016

어두운 미래, 그리고 떠나는 기자들

어두운 미래에 낙담한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고 있다. 각종 부조리와 전횡을 일삼는 일부(혹은 많은) 몰지각한 선배 기자들 때문에 실망한 젊은 기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기자를 그만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나도 그렇다. 그렇다보니 언론사에는 점점 젊은 기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젊은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는지는 자명하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대부분 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부실한 경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개선할 노력도 거의 없다. 새롭게 한다는 시도도 '온라인뉴스 강화' '카드뉴스 만들기' 'SNS 계정 관리' 등 누구나 하는 것들이다. 언론사 수도 너무 많은 상황이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몇 년 안에 언론계가 구조조정에 휩싸일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언론사들의 체계적인 기자 교육 체계도 없다. 과거 수십년 전부터 내려온 '마와리'라는 체계를 유지할 뿐이다. 변화하려는 시도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수습기자들을 경찰청 및 각 시도 시경 기자단 가입을 위해 하루 2~3시간만 잠을 재운 채 돌리고 또 돌린다.(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이 모습이 잘 묘사됐다)



물론 이런 과정을 당연시 여기며 진정한 기자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세월이 바뀌었는데 수습기자 교육방식은 과거 수십년간 전해져 온 그대로다. 언론사들은 나름대로의 체계적인 수습기자 교육과정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과거의 방식으로만 기자들이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훨씬 뛰어난 기사를 생산해 내는 기자들이 더 많다.)


언론계 문화도 거의 변화가 없다. 물론 젊은 기자들이 주축이 된 신생 언론사나 점차 나아지고 있는 곳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시도 때도 없는 선배의 욕설 및 군대식 문화, 인격 침해, 성희롱 및 성추행, 잦은 회식, 낮부터 강제로 마셔야 하는 술, 비효율적 업무 체계, 출입처를 상대로 한 갑질 및 무리한 광고 영업 등 나쁜 악습들을 아직도 갖고 있다.


게다가 언론사들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언론은 대기업의 갑질, 노동자 탄압, 비인격적 사내 문화, 부정부패 등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연일 쏟아낸다. 이는 언론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언론사 내부로 들어가면 '썩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기자가 기사를 잘 쓰지 못하거나 취재가 부족하다고 해서 욕설을 퍼붓고(대부분 언론사는 회사 내부에서 이를 두고 뭐라 지적도 안 한다), 출입처를 상대로 한 광고 영업 압박, 자주 일어나는 보복성 인사, 복지제도 전무, 무노조 경영 등 언론사 스스로가 매일 비판하는 사회 각 분야의 문제들을 그들 스스로 매일 자행하고 있다.


탐사보도도 거의 없다. 왜냐면 탐사보도는 시간과 인력도 많이 투입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많은 언론사들은 돈 되는 것들만 하려고 한다.(이것과 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다른 글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또 탐사보도는 취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매일 혹은 주마다 지면 및 방송 뉴스를 마감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탐사보도에 거의 관심이 없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모습의 언론사를 한국에서 굳이 찾자면 개인적으로 '뉴스타파' 정도밖에 못 꼽겠다. 나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최근 기자협회보에서는 경력 5년 미만의 저연차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고 있다는 기사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젊은 기자의 고백…“이제 기자는 하지 않을 거예요”(http://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38771)

-채 피워보지 못한 기자의 꿈, 절망에 짓눌려 내려놓다(http://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38772)


4년 5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기자를 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내가 기자를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나선다고 하자 주변 동료 선후배 기자들은 "부럽다" "나도 떠나고 싶다"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기자'라는 직업이 이제는 '3D' 수준의, 오랫동안 하지 못할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물론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기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는 수많은 기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조직이, 언론계가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제대로된 취재시간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거의 없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사를 찾기 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박봉이다.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박봉에 시달리면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더 늦기 전에 젊은 기자들은 언론계를 떠나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기는 어렵다.



지난해 말 영화 '내부자들'이 개봉한 뒤 주변에서 나에게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은 '기자들이 정말 저렇게 더렵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그 정도로 부패한 기자들은 이 나라에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정말 취재 현장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쏟아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를 따내기 위해 소위 '조질 거리'를 찾으라고 지시하는 편집국장과 부장, 대기업 홍보 임원을 상대로 광고 좀 달라며 사정하는 언론사 부장, 주말에 대기업 홍보 임원과 함께 골프를 치며 친목을 다지는 사주 및 편집국장, 부장은 있다'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언론인들은 참 많다. 또 내 능력보다 훨씬 뛰어난 기자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걱정 전혀 없이 오로지 사회 정의만을 위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언론 환경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언론은 최악의 경우 썩어버린 '기레기 양산소'라는 오명만 얻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 언급했던 이야기의 실제 사례를 앞으로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시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