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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다람쥐 May 16. 2016

김영란법이 불편하다는 언론

기자들도 밥은 자기 돈으로 먹을 수 있어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 경제가 위축되니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고쳐야 한다고 난리다.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과 교직원, 언론인 등은 밥 한 끼를 얻어먹을 경우 3만 원을 넘기면 안 된다. 각종 선물도 상한액이 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선 내수가 위축될 우려가 커 법을 개정해야 하고, 위헌 여부도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우리 솔직해지자. 과연 이 법이 시행된다고 내수가 위축될까? 한우 선물이나 화환, 인삼, 굴비 세트 등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경우가 '나'를 포함해 주변에 얼마나 되는가? 또 내 돈으로 직접 사서 이 같은 선물을 해준 경우가 가족들 외에 과연 그렇게 많은가? 가장 웃기는 건 언론들이 확실한 데이터에 기반하지도 않은 것들을 마치 실제로 일어날 일인 것처럼 나서서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이 법 적용 대상에 바로 언론사(혹은 언론인) 자신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사의 이해관계자, 바로 '광고주'도 엮여있다.


솔직히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명절 때 선물을 안 받아도 되고, 밥을 얻어먹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기자 상당수가 박봉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 정도 대접을 안 받는다고 해서 굶거나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다. 또 비싼 밥을 얻어먹지 않아도, 때가 되면 선물을 받지 않아도 취재는 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기자가 아니다.


나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주로 '산업부'에 속해 있어 대기업을 많이 담당했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다른 출입처를 담당하는 기자들보다 출입처에서 대접을 잘 받았다. 행사가 많아 행사 후 크고 작은 각종 기념품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밥도 많이 얻어먹었다.(그런면에서 나도 비판받을만 하다.)


한국의 기자들은 취재원과 식사자리를 마련해야 안면을 트고, 편히 장시간 얘기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출입처 홍보 담당자 혹은 임원들과 점심 혹은 저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간단한 티타임을 하기도 한다.(회사의 부장 혹은 편집국장과 함께 출입처 관계자와 만나면 식사 메뉴는 더욱 고급스러워진다.)


하지만 꼭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기자들은 김치찌개, 돈가스, 순댓국처럼 여느 회사원과 다르지 않은 밥을 먹으며 취재원과 편히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더치페이를 한다고 해서 큰 불만을 가지지도 않는다.(아무리 한국 언론이 혼탁해져 가고, 기레기라는 말이 나와도 흔히 얘기하는 '거지 기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사람에겐 '염치'라는 것이 있어서 계속 얻어먹으면 눈치가 보인다.


일부 언론들이 연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나라 경제가 망할 것처럼 주장하는 기저에는 기자들이 '밥을 얻어먹는 것'이 포함돼 있지만 단순히 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언론사 수입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광고'가 있다고 본다.


관련기사에는 한우농가와 농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는 우리가 제품을 구입하는 금액의 극히 일부분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돼 한우 세트 같은 고급 선물 농산물 판매가 줄어든다면 타격을 입는 것은 바로 매출이 줄어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다.


'우연히도' 이번 김영란법 시행령에 반대하는 언론사들의 지면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의 광고가 자주 실린다. 


생각해보자. 이미 많은 곳에서 사설이나 칼럼으로 나왔지만 부정청탁을 없애자는 긍정적 의도를 갖고 시행될 예정인 이 법 때문에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린다면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들의 규제는 김영란법 보다 더욱 엄격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접대비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기업들은 접대비를 줄여 마케팅이나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비용으로 쓸 수 있다. 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고급식당의 조용한 방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대화 혹은 거래'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언론인들도 대접받는 것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신경을 쓰지 않고 좋은 비판기사를 쓸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내가 너무 순수한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대접받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는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사람이란 존재가 참으로 간사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밥은 내 돈 주고 사서 먹을 수 있다. 또 한우 선물 안 받아도, 인삼, 굴비 선물 안 받아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냥 기자들은 열심히 취재해서 매일매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언론사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기보단 자사 기자들 월급도 좀 올려주고, 사내 복지제도도 확충하길 바란다. 출입처에 손은 좀 그만 벌리자.


<사족>

흔히 '구악기자'라고 일컫는 기자들이 있다. 이들은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출입처로부터 고급 음식과 선물,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을 좋아하고, 출입처의 약점을 잡아 이를 빌미로 광고나 협찬기사를 뜯어내는 '갑질'하는 기자다. 자기 후배들에게도 매번 딴지만 거는 욕먹는 기자다. 기자 집단 전체를 욕먹게 하는 암적인 존재다.


글을 쓰다가 생각난 내가 실제로 목격했던 구악기자 사례 2개를 덧붙인다.


#1. 현재 모 언론사 산업부장인 기자는 부서 회식을 하면서 한 대기업 홍보팀 전체를 불렀다. 회식비로 족히 수십만원은 나왔을 거다. 그리고 대기업 홍보팀에게 부서 회식비를 내게 했다. 웃으면서.


-왜 그래야 했을까. 정말로 돈이 없어서 자기 부서원들 회식비를 대기업 홍보팀에게 대신 내달라고 한 건가...부서회식비는 법인카드를 쓸텐데 그 카드를 어디다 썼길래...


#2. 1박 2일 혹은 2박 3일 지방 출장 시 해당 출입처가 일정에 골프를 넣지 않으면 출장을 가지 않는 기자도 있다.지난해 내가 1박 2일 출장을 갔을 때 분명 출장 출발할 때, 저녁식사 자리에도 보이지 않던 모 기자는 다음날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골프를 치러가는 일정이 시작되자 본인의 차를 끌고 그 먼 곳에 왔다.


-그 열정, 참 존경스럽다. 프로골퍼가 되실 듯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이런 것들은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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