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보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사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은 경험 한번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네”
“중요한 부분이 빠졌어”
“내가 지시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네”
“중간에 추가 사항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내가 이야기 못했네”
“상황이 바뀌어서 그거 A가 아니라 B로 준비해야 하는데”
힘들게 작성해서 가져간 보고서 앞에 상사가 괴상한(?) 피드백을 해오면, 하늘이 노래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어 집니다.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고, 가슴 속에서 깊은 빡침만 올라올 뿐입니다.
‘처음부터 이야기 해주시던가’
‘그럴꺼면 본인이 쓰시던가요’
하는 말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말은 ‘넵’이나 ‘수정하겠습니다’ 정도 밖에 없습니다. 물론 위와 같이 말하는 상사 탓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중간에 보고를 하지 않은 작성자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보고는 상사와 함께 보고서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확인하고, 내용과 구성이 적합한지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보고서의 방향성이 틀어져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는 참사를 방지하는 안전 장치이자, 상사가 막연한 불안감이나 궁금증을 갖지 않도록 안내하는 보고서의 네비게이션입니다.
또한, 중간 보고를 하면 최종 보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간 보고 없이 최종 보고를 하면 수정 사항이 최소 10개 이상 우수수 쏟아집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낫다 싶을 정도의 고통이 수반됩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라는 말처럼 중간 보고를 통해 한 차례 수정을 하면 최종 보고에서 수정할 사항이 줄어들어 작성자의 부담감이 적어집니다.
물론, 가급적 상사와 마주치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나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상사가 묻기 전에 선제적으로 중간 보고를 하는 방법이야 말로 상사와 마주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언제까지 되겠어?’, ‘그거 반영되었나?’, ‘얼마나 남았지’ 등으로 시시각각 나를 찾게 하는 것보다 중간 보고 한방으로 그 횟수를 단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써서 한 방에 보고 해야지' 라는 생각은 불행의 씨앗이 됩니다. 물론 실수없이 빈틈없이 완벽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그 완벽한 보고서는 내 노력으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중간 보고 과정을 통해 상사의 피드백도 반영하고, 피드백을 받은 내가 또 피드백을 하면서 생각이 커지고 보고서의 완성도도 올라갑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는 속담이 보고서 세계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공의 피드백으로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걸 바로 알았으니 수정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공이 없다면 배가 산이 아닌 망망대해로, 지구밖으로 나간다 한들 알 길이 없습니다. 지구 밖에 도착해서야 ‘어 여기가 아니네’ 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그때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중간 보고의, 중간 보고에 의한, 중간 보고를 위한 방법만이 보고서가 산으로, 망망대해로, 지구밖으로 가는 것을 막고 좀 더 완벽한 보고서를 쓰는데 지름길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