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예보에 없던 폭설이 내렸다.
인도는 하얬고 차도는 거뭇했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의 눈빛은 조심스러웠고,
차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짜증 가득했다.
출근길은 여러모로 어지러웠고,
애처로움이 만연해 있었다.
출근을 하고 나서 바깥공기를 쐬기는커녕
창 밖을 내다볼 틈도 없이 바쁜 하루였다.
퇴근 때가 돼서야 건물 밖을 나왔는데
눈이 모두 녹아 없었다.
해도 완전히 떨어져 사방이 어두웠다.
차도에만 불빛이 요란할 뿐 인적도 드물었다.
괜히 답답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독히도 컴컴한 세상에
이 작은 한숨만 새하얗게 선명히 떠올라
무용히 흩어졌다.
집에 돌아가서 일기장에 쓸 거라고는
‘나도 모르는 새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나도 모르는 새 그 눈이 모조리 녹아 사라진 날이었다.’ 뿐이다.
작은 한숨도 선명해지는 계절.
그렇게 하루 동안 두 번의 짙은 새벽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