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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an 30. 2024

두 번의 새벽.

간밤,

예보에 없던 폭설이 내렸다.

인도는 하얬고 차도는 거뭇했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의 눈빛은 조심스러웠고,

차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짜증 가득했다.

출근길은 여러모로 어지러웠고,

애처로움이 만연해 있었다.


출근을 하고 나서 바깥공기를 쐬기는커녕

창 밖을 내다볼 틈도 없이 바쁜 하루였다.

퇴근 때가 돼서야 건물 밖을 나왔는데

눈이 모두 녹아 없었다.

해도 완전히 떨어져 사방이 어두웠다.

차도에만 불빛이 요란할 뿐 인적도 드물었다.


괜히 답답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독히도 컴컴한 세상에

이 작은 한숨만 새하얗게 선명히 떠올라

무용히 흩어졌다.


집에 돌아가서 일기장에 쓸 거라고는

‘나도 모르는 새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나도 모르는 새 그 눈이 모조리 녹아 사라진 날이었다.’ 뿐이다.

작은 한숨도 선명해지는 계절.

그렇게 하루 동안 두 번의 짙은 새벽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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