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어 앙상한 나뭇가지뿐인 겨울.
그리고 낮은 산.
그 한편에 세워진
단아한 암자 툇마루에 홀로 앉아 있었다.
준엄한 적막 속,
나의 심장과 숨소리만 들리던 그때,
탁. 툭. 소리가 끊겨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는 없던 나뭇가지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바람 한결 불지 않는 이 고요함 속에서
저 나뭇가지는 왜 부러진 걸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저 나뭇가지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때가 돼서 부러진 거다. 그뿐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어
생각에 생각을 덧붙여 보았다.
공기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부러질 만큼
그동안 수많은 고난을 겪었을 거야.
정적과 고요 속에
수 많은 요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또 그럼에도 그 속에서 지난날
얼마나 많은 찬란한 생명을 움틔웠었을까.
크고 작은 행복이 있었을지라도
결국엔 끝이 있는 거니까.
그러니 약해서 부러진 건 결코 아닐 거야.
충분히 버틸 만큼 버티다가.
충분히 살만큼 살아 내다가 때가 돼서 그리 된 거겠지.
‘오옹’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불었다 멈춘다.
또다시 적막함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