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로맨틱.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과거 속에 당신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분홍색이었다. 만개한 벚꽃이 하늘로 흩어지더니 땅으로 천천히 낙화했다.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바로 아름다움이었다. 이미 내 곁으로부터 많은 것이 떠나갔다. 전에는 행복하기 위해서 실패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자신의 한계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라는데 그것도 거짓이라 말했다. 하지만 어린 날의 어리석음은 변화를 품는다. 시간은 끝없고 세계는 그렇게 흘러왔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했던 일에서 비참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감정의 불화다. 누구나 감정을 느끼고 그 안에서 윤택한 삶을 모색한다. 그러나 삶에는 하나의 규칙이 존재한다. 삶은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타인과 나누는 언어 속에서 차이가 발생할 때 불화는 동시에 일어난다. 내가 느낀 비참함은 타인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의 과정이었다. 이별을 담보하고 있었던 사랑이었다.
네가 떠난 그 자리에는 다시 봄이 찾아왔다. 벚꽃이 피어났고 그 공간을 찾아온 인파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소란스럽지만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추억 속에 머물고 있다. 다행이다. 새로운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 이제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이 작은 불빛 속의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삶과 사랑을 경험했던 내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과 함께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자 기대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