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Snap Jul 19. 2017

플라멩코, 스페인 광장의 도시. 세비야.

4 Days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4일째다. 두 번째로 여행할 도시는 세비야이다.


보통 사람들은 여행 코스를 바르셀로나 - 이비자 - 그라나다 - 론다 - 세비야 이런 순으로 가지만, 나는 편의를 위해서, 사람들과 반대로 바르셀로나 - 세비야 - 그라나다 - 이비자 - 바르셀로나로 선택했다.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생각하면, 잘한 것 같다. 이동 경로를 아주 잘 활용한 것 같다.


 세비야는 스페인에서 서쪽 끝에 있는 도시이다. 여름철 낮 기온도 엄청나다. 다녀온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에어컨 실외기 앞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더웠다는 느낌이었다면, 세비야에서는 찐다는 느낌이 강했다.


세비야는 스페인의 서쪽 끝에 있다.


포르투갈과 가깝기 때문에, 세비야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여행객들도 많다. 하지만, 나의 짧은 여름휴가의 기간 내에 포르투갈까지 넘보는 것은 사치란 걸 알기 때문에 남부 스페인에 올인했다. 스페인에서 자유 여행은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부터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이틀간 여행사를 통해서 투어를 했기 때문에, 좀 편하게 다니긴 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자유 여행이다. 직접 블로그와 구글에서 검색해서 찾아보고, 가고 싶은 곳 미리 위치 확인하고.. 수십 번 찾아보고 하다 보니, 그 지역에 가면 마치 내가 살았던 것 마냥 돌아다니기도 한다. 더군다나,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진 포인트와 시간대 등을 위해서라도 자유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정 및 효율을 따져보면서 이렇게 투어를 신청해서 하기도 한다.


전날 늦게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잤지만, 눈부신 아침 햇살에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열린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이 햇살 덕에 나의 여행은 더 빨리 시작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의 아침은 북적거리고, 여행객들로 붐볐다면 세비야의 아침은 한산했다. 한국에서 예약한 세비야 - 그라나다 티켓을 실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차역으로 갔다. 그라나다 갈 때 받아도 되지만, 미리 시간 있을 때 기차 타는 곳도 확인할 겸 미리미리 갔다.

한산한 세비야의 아침 거리


기차 티켓을 수령하고, 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식사를 하였다. 샌드위치 몇 개에 맥주 하면 5유로 뭐 이런 식이 었는데, 엄청 싸다 하고 골랐더니 막상 고를 수 있는 샌드위치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 결국 그 값어치를 하는 거였다. 나는 참치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샌드위치에 참치는 필수다. 그리고 이른 아침이지만, 시원한 생맥주는 여행의 활력소다. 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모닝 맥주.


얼마나 좋은가. 알딸딸한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행복하다. 뭔가 일탈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와 본격적인 세비야를 느끼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갈 때만 해도 문을 닫았던 상점들이 어느새 오픈해서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요즘은 여행할 때 구글 지도를 보면서 쉽게 쉽게 다닐 수 있다. 세비야는 자유 여행이기 때문에 스페인 광장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걸어서 가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길래, 세비야도 궁금하기도 해서 산책하듯 걸었는데 꽤나 괜찮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세비야도 활기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정돈이 엄청 잘 된 공원을 만나게 되었다. 세비야의 햇살은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뜨거운데, 아침부터 나를 땀 흘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앉아서 쉬면서 고개를 돌리다가 공원을 청소하시던 청소부들과 눈이 마주쳤다. 저분들 덕에 이렇게 내가 편하고 상쾌하게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땀이 좀 식었을 무렵, 나는 다시 지도를 보며 걷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햇살이 너무 좋다.(좋다는 것이지 안 덥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하자.)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을 활용하고 싶어 진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빛의 방향을 의식하게 되는데, 빛이 좋은 방향은 일단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빛이 좋을 때, 역광의 꽃은 항상 옳다. 그래서 이런 장면을 만나면 한 박자 쉴 겸 셔터를 누르고 결과물을 보며 흐뭇하게 또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걷다 보니 웅장한 건물이 나온다. 경비대가 지키고 있었고, 난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니, 멀리서 제지한다. 정확히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칫밥으로 정부와 관련된 건물인 것은 알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참고로 스페인에는 많은 스페인 광장이 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많은 곳에 있지만 모든 스페인 광장의 최고봉은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역사가 오래된 곳은 아니다. 1929년 이베로 아메리카 박람회 때 조성된 것으로, 디자인은 옛날 방식을 따랐지만 아직 100년도 안된 근대 건축물이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했었던 곳이다. 왜냐면, CF에서 김태희가 플라멩코를 추던 장소가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기 때문이다. 야경이 참 예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비야에 있으면서 아침에 한번, 야경 보러 한번 총 두 번을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언제가 더 예뻤느냐 하면, 둘 다이다.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유가 된다면 아침 일찍과 저녁에 방문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낮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 일찍 움직였지만 중간에 사진도 찍고, 쉬면서 오느라 늦은 아침에 도착하게 되었다. 스페인 광장의 어마한 크기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엄청난 아쉬움이 몰려왔다. 바로 내 카메라.. 난 이 장면을 하나의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 광각 렌즈도 챙겨 왔었다.


비록, 바르셀로나에 묻어두고 왔지만.. 이 풍경을 보자 다시 한번 속이 쓰려왔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손에 쥐어진 작은 카메라 하나로 열심히 찍는 수밖에! 열심히 스페인 광장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을 했다. 비슷한 사진도 많지만, 나의 노력 정도로 생각하도록 하고.. 스페인 광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스페인 광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광장을 비추는 강렬한 햇볕을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복도 통로를 따라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에 카메라가 있고, 동행인이 있다고 한다면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이 스페인 광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바라보고 찍어도 모든 사진이 정말 예술로 나온다. 특히, 복도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런 복도가 끝에서 끝까지 이어져있는데, 사진 안 찍고 그냥 지나갈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난 도저히 놓칠 수가 없어서 찍으면서 걸어갔다.


스페인 광장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과 같은 장소이다.



걷다 보니,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 광장의 햇볕은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더 뜨거워졌지만, 이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피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광장으로 발을 내디뎌 스페인 광장을 다시 한번 즐기면서 걸었다.


광장에서 건축물을 바라보게 되면, 스페인 각 도시를 묘사한 타일로 된 그림과 함께 도시명이 새겨져 있다. 마드리드, 톨레도,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세비야 외 처음 들어보는 도시들도 많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여기에서 인증숏을 남기기 위해 정신이 없다. 특히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세비야는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피부를 따갑게 때리는 햇살 때문에, 난 다시 복도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보니 정말 멋진 뷰(View)를 만났다. 여러 장소에서 내 사진을 찍었지만, 여기에서 찍은 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찍을 땐 몰랐지만, 옆의 커플이 애정행각을 하는 바람에 나름 묘한 결과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역시 사진은 순간의 포착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오히려 더 고마울 때도 있다.



여행객들이라면 틈틈이 보이는 풍경을 전부 사진으로 남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모습을 나의 프레임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역광으로 담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름 느낌 있게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역광의 프레임


어느 정도 땀이 식고 기운을 차리고 다시 햇볕과 싸우며 스페인 광장을 크게 구경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야경이 너무 궁금해졌다. 계속 관람하면서 나는 나만의 생각으로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생각했는데, 밤에 와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한동안 그냥 멍하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광장에 있는 수로에서 보트도 탈 수 있다. 입구에 보트 대여하는 곳이 있지만 난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타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가 떠올랐다.




스페인 광장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다. 나도 여유시간이 많았다면 자전거로 구경도 하고 수로에서 보트도 타보고 했을 텐데, 다음 일정이 있기 때문에 스페인 광장은 뒤로하고 세비야 중심 쪽으로 이동했다.


중심 쪽으로 이동하니 바르셀로나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반가워서 고민 없이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란 쉽지 않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얼음잔을 준다. 맛도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맛이 아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스타벅스를 만나다니,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기력을 보충한 다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후에 플라멩코 박물관에서 공연 관람이 있지만, 그 사이에는 딱히 일정 잡은 게 없어서 세비야 대성당 주변부터 구경하기로 하였다.


여행 다니면서 카메라가 있으면 심심하지가 않다. 그냥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나의 여행의 일부다.


스타벅스 앞에 이렇게 풀과 나무로 우거진 터널이 있어서 한참을 자리 잡고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져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철수하고, 그늘에서 젤라토 하나를 사 먹으면서 좀 쉬기로 하였다.



세비야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달리 마차를 많이 타고 다녔다. 물론 관광객들을 위한 교통수단이겠지만 마부(?)들이 말들을 관리 잘해서 그런지 상당히 깔끔하였다. 그러나 더운 날씨라 그런지 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보기 드물었다.



세비야의 거리는 바르셀로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좀 다르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그 나라에 가면 도시마다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 않은 나라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크로아티아였다. 자그레브, 자다르,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이런 곳들이 각 도시마다 느낌이 색달랐는데, 스페인에서도 그렇게 느꼈다.


바르셀로나가 북적북적한 느낌에 차들이 많았다면, 세비야에서는 좀 한적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자전거와 마차가 많았다는 것 정도..?



걷다가 배가 고파져왔다. 생각해보니 아침을 샌드위치로 먹고 중간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 것 제외하고 배를 채울 만큼 먹은 게 없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보데가 산타크루즈(Bodega Santa Cruz)로 갔다. 스페인은 길 하나하나가 예술처럼 예쁘기 때문에 밥 먹으러 가는 그 순간도 카메라는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다. 먹겠다는 신념 하나로 계속 계속 주변을 한참 맴돌다가 드디어 찾아서 도착했다. 여기 계신 여직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테이블에 한국어로 자기 이름도 써주시며, 간단한 말들로 웃겨주었다. 그리고 자기는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스페인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타파스다. 그래서 '타파스 투어'라는 것도 있다. 맥주만 주문하면 기본적인 타파스를 주는데, 이것만 먹으러 다니는 투어다. 가게마다 주는 타파스가 다르기 때문에, 투어 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점심 먹은 이 레스토랑에서는 새우튀김과 오징어 튀김 등의 타파스를 먹었다. 이런 것들로 배를 채우고 나는 세비야 대성당을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것 중 하나가 성당 구경인 것 같다.



세비야 대성당의 내부도 상당히 웅장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세비야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비야는 시야만큼은 시원했다. 세비야의 수많은 곳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세비야를 볼 수 있는 날은 오늘 하루 풀데이 뿐이었다. 이렇게 넓은 세비야의 난 극히 일부만 보고 돌아가기 때문에 구석구석 보지 못하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세비야 대성당 구경을 하고 나오니, 예약한 플라멩코 공연 시간이 다되어서 플라멩코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플라멩코 박물관 가는 길도 하나같이 예뻤다.


스페인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골목들이 하나같이 예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골목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곳에 살소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카메라 들고 동네만 걸어도 찍을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진을 찍으며 걷다가 플라멩코 박물관에 도착했다.



플라멩코 공연을 감상할 때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보다 눈으로 즐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노랫소리에 열정적으로 춤을 추시는데, 그 열정이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어느새 땀벅벅이 된 무용수부터, 기타 연주 등 모든 게 어우러져 하나의 플라멩코가 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 관람을 다하고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에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플라멩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비야의 꽃이다.


공연이 끝나고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눈부신 햇살이 다시 나를 반겨준다. 공연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세비야의 날씨가 다시 피부로 느껴진다.

박물관을 빠져나와서 걷다가 이내 길을 잃었다. 골목길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걷고 보았다. 길 잃은 와중에도 사진을 찍으면서 정신없이 걷다 보니 도저히 이대로는 이 골목에 영영 갇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나가는 택시를 발견하고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보기 전에 시간이 남아 알카자르로 이동했다.



  

땡볕에서 걷기만 하다가, 택시를 타고 가니 시원하고 편하고 너무 좋았다. 어찌 보면 길을 잃었던 것이 신의 한 수였을지도.. 알카사르에 도착해서부터, 카메라의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저녁에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여기부터 배터리 관리를 하여서 사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카메라 전원을 자주 안 켜니 오히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아서 좋았지만, 그래도 여행 후에 그 추억을 남기는 것에는 사진만 한 것이 없기에 한국에 돌아와서 아쉬움을 잠시 느꼈다.

 

알카사르의 뜻은 아랍어에서 온 '궁전'을 뜻하는 이름이다.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다. 8세기에 무어족이 스페인을 침입하면서, 300년이 넘도록 이 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무어인들은 712년 곳에 요새를 지었고, 9세기에는 요새를 궁전으로 개조하였는데, 알카사르 궁전에는 이때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1364년에 페드로 왕이 새로운 왕궁을 지으라고 명령을 하면서, 다시 지어졌다. 우리가 지금 감상하는 모습은 이때 지어진 궁전의 모습인 것이다.           

이슬람 양식이 반영된 아름다운 궁전, 알카사르 궁전


알카사르 궁전 내부에는 큰 관심을 줄만큼의 구경거리는 없었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역사를 아는 만큼 보이는데 난 그런 지식이 부족했기에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대신 이제 그 나라를 여행할 때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궁전 내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시내만 걷다가 정원을 천천히 걸으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미로 같은 느낌도 들지만,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기도 좋았다. 그리고 궁전 내부에 반영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더위에 지치고 천천히 걸어도 피로도가 올라가다 보니 집중해서 관람이 되진 않았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카메라 배터리 관리를 위해 셔터도 잘 누르지 않았더니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없었다. 때마침 시계를 보니 곧 일몰시간이 다가와서, 저녁 식사 후에 스페인 광장을 즐기기 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궁전 나오는 길에 음악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골목길에서 누가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도 발걸음을 재촉했기에 그에게 관심을 줄 수 없었다.



길을 따라 걸어 나오니, 다시 세비야 대성당이었다. 그래서 대성당 주변을 구경하면서 못 지나갔던 길을 걸으며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스페인 광장에서 일몰과 야경을 즐기면 저녁시간을 놓치기 때문에 ,트립어드바이저의 조언을 따라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택시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참고로, 스페인에서 식전 빵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먹었다간 돈을 지불해야 한다. 먹기 싫으면 그냥 속 편하게 거절하는 것이 좋다. 더위를 씻기 위해 시원한 샹그리아와 맥주 한잔과 항상 옳은 고기 요리를 주문해서 배를 채우고, 기력을 회복했다. 생각해보면 오늘 하루 중 가장 식사다운 것을 했다.


저녁식사도 해결했으니, 오늘의 하이라이트, 스페인 광장의 일몰과 야경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택시를 기다리면서도 역시나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택시를 타니 금방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딱 해가 지는 시점에 도착했기에, 여유 있게 산책하듯 스페인 광장을 둘러보았다.


여행을 가면 나는 한컷 한컷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너무 많아 항상 카메라가 손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오전에 구석구석 둘러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광장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일몰시간이 되니 점점 열기가 빠지면서 여유 있게 스페인 광장을 즐길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만났다.




난 야경 촬영하는 것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호주 여행 시 멜버른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야경도 촬영하고,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야경을 촬영하러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장노출로 담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눈앞에 마차가 지나가길래 작정하고 구도를 잡아 보자 하고 시도를 하였다. 근데, 이 카메라의 큰 단점이 야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몇컨만 건졌는데, 바르셀로나에 묻어두고 온 나의 카메라가 다시 한번 생각났다. 이런 건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스페인 광장의 야경은 정말 예쁘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넋 놓고 구경했다. 이어폰을 꽂고 조용한 노래를 들으니 이런 여유도 없다. 이게 진정한 휴가지...



한참을 구경하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호텔로 이동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날은 또 다른 도시 '그라나다'로 이동하는 날이다.


세비야의 마지막 밤도 이렇게 지나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몬세라트와 와이너리 투어 그리고 세비야로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