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 찾기
알고 있지만 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
언어 습득 이전의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그 경험들은 알고는 있지만 생각으로 언어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에게 언어 이전에 생각하는일이 가능한가'에 대한 깊고 복잡한 학제간의 사유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냥 주관적 경험으로 내게 다가왔다.
부부상담세미나 중에 '이마고 부부치료'에 대해서 배웠다. '이마고’는 라틴어로 Image란 뜻이다. 우리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원가족 부모에 대한 이미지를 말하는 데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 모두를 말한다. 대부분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끌리고 결혼하게 되며 부부사이의 갈등 역시 이런 이미지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세미나중에 나의 이마고 찾기를 했다. 원가족 아버지. 엄마의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 후 그것들을 가능한한 많이 종이에 적고 그 중에 배우자의 이미지와 겹치는 것들을 표시해 본다. 남편의 많은 부분에서 아버지의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겹쳤고, 엄마의 부정적인 부분도 겹치는 것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남편의 모습속에서 내가 의지한 아버지의 모습이 발견된다고 느꼈었다. 그땐 아마도 남편의 나이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비슷한 때를 지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사랑스런 며느리가 오늘 가족 구글포토에 올린 앨범 중에 다정하게 7개월된 손주를 낮잠에서 깨우는 동영상을 보았다.
‘우리 애기~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오이고.. 잘잤져..~ 일어나세요 밥 먹을 시간이에요 .. 우리 애기 오늘 엄청 오래 잤네... 아이 예뻐 우리 애기.. 잘 잤져요.. 이제 일어나세요’’ 하는 목소리가 너무 예쁘게 들린다. 보는 내내 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그러다 왈칵 눈물이 났다.
아 이 말들이 나도 우리 엄마한테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구나.. 나도 이런 말을 듣고 자랐어야 했구나 ..
사랑은 반드시 표현되어져야 한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대개는 비언어적일 때 그 영향력은 더 크게 그리고 오래 지속된다.
남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나,
손주를 보면서 어릴 적 내가 엄마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을 기억해 내는 것을 보니..
알고는 있지만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