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징어게임이 시즌3 완결이 공개되었다. 현재까지 전반적인 평론은 비난이 훨씬 많다.
특히 유투버들 리뷰보면 하나같이 별로라고 대동단결 했다.
근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너무 단순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단순한 영상에 사람들의 반응은 공감이 주를 이룬다. 이는 잘못된 리더의 선동인가, 무지몽매한 팔로워들의 의식 수준인 것인가.
그래서 조금은 aggressive 표현을 사용할만큼 나의 안타까움을 적어본다. 유투버들이 뽑았던 비판 포인트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반박해본다.
1. 할머니가 아들을 죽이는 장면
오겜의 가장 짜친다는 비난을 받는 부분이 아들을 죽이는 할머니 장면이다. 근데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불편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인의 윤리성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
아무리 그래도 쌩판남을 위해서 아들을 죽인다?! 그럼 현실적으로 아들이 산모와 아기를 죽였여야 한다?!
아니, 현실적으로라도 그 상황에선 아들을 죽이는 게 맞아야 한다. 끝까지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우리 인간의 근본이라고 세뇌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이기적인게 현실적이고 당연하다는 문화는 개선될 필요가 있는 관습이다.
할머니의 죽음에서, 성기훈의 죽음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이 보였다. 인간이 인간을 넘어선 순간이다. 우린 자기 자신의 한계를 너머 바라보지 못하는데, 이들은 넘었다.
오늘날 타락한 인간(이병헌)이 진 것이다. 이게 오겜의 핵심 가치이고, 그래서 이러한 결말에 존경을 표한다.
2. 성기훈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갑분 '아이 살리기'?!
오겜의 주인공 성기훈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다며, 이젠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닌 급 아이 살리기로 변한 부분에 대해 많은 비난들이 가해지고 있다. 근데 한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건데, 참 아쉽다.
전쟁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난다. 456명의 사람 중에서 임산부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시즌1에서 성기훈은 돈을 벌고자, 시즌2에서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다시 이 게임에 들어왔다. 그리고 시즌3에서는 '아이를 살리자'로 변한 게 맞다.
근데 중요한 것은 시즌2와 시즌3사이에 성기훈의 가치관에 변화를 줄만큼의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시즌2에서 동료들을 모집해, 반란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내란이라는 것은 실패하면 죽음, 성공하면 혁명이 되는 정말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사투다. 자기 목숨을 걸고 모인 X 그룹은 총도 빼앗고 나름 괜찮은 스타트를 보였다. 그리고 중요한 격전지에서 동료들의 생명이 달린 탄창 보급을 맡은 강대호가, 내면의 두려움에 휩싸여 동료들을 버리고 탄창 보급을 포기한다. 강대호만 기다리던 동료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성기훈은 격전지 전투 동안 프론트맨을 죽이기 위해 따로 개별 전략을 구사했지만, 오영일(이병헌)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자신의 절친은 그자리에서 처형당한다. 성기훈이 정신 차렸을 때는 반란에 가담했던 자기자신과 배신자 강대호 빼놓고는 모두 죽어있었다.
이 때 '멘탈 붕괴'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자기가 모집하고 반란을 계획했기에, 극도의 죄책감이 몰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있지만, 배신자에 대한 분노도 너무 당연한 처사다. 상식적으로 같이 군에 입대해서 적과 싸우는데 팀킬로 같은 부대원이 죽는다면, 적보다도 죽이고 싶은 게 배신자일 것이다. 근데 유투버들은 성기훈의 멘붕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 분노가 오영일보다도 강대호에게 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성기훈의 천성상 강대호를 죽이려 했지만 실제 전투씬에서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마다 강대호가 성기훈이 더 자극받도록 불쌍한 척 하다가도 조금만 틈을 보이면 역공을 해줬기에, 성기훈이 간신히 강대호를 죽일 수 있었다고 본다. 만약 강대호가 죄를 뉘우치고 살려달라는 스탠스만 취했다면, 성기훈은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영일과 1:1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걸 유투버들은 왜 죽이지 않았나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버린다. 오영일을 그 자리에서 그냥 죽일 인물이었으면, 공유와의 씬에서도 룰렛 굴리지 않고 그냥 공유를 쏴 죽였어야 했다. 근데 성기훈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여기서 제작진이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핵심이 드러난다.
단순 육체적 악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타락한 인간의 가치관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가치관의 대결인 것이다. 즉 룰렛에 맡겨 성기훈 자신의 가치관을 굽히지 않고도 공유를 죽일 수 있었던 것처럼, 오영일과의 부딪힘에서도 정신적 승리가 핵심인 것이다. 그렇기에 오영일을 죽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칼을 가지고도 오영일처럼 남은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으며, 마지막에 또다시 타락한 인간들(VIP 포함)의 기대와 다르게 아이를 살리고 자신이 죽음으로써 진정한 게임의 승리자가 된다.
그리고 애초부터 '아이 살리기'를 하려던 게 아니다. 반란 실패 후 이미 멘붕상태였고 자신의 삶의 의지도, 다른이들을 살려내겠다는 의지도 모두 초토화 상태였다. 근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할머니와 자신의 목숨을 던진 산모의 부탁을 받았다. 모든 걸 내려놓은 성기훈에게, 다시 자기가 일어서야 하는 유일한 '동기'를 부여해준 게, 아이를 위한 이들의 '희생'이었다. 절대 갑분 '아이 살리기'가 아니었다.
3. 오영일의 동생은 대체 뭘한거냐?! 비중은 높은데 한 게 없네?!
그렇지 않다고 본다. 황준호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외부에 '오징어게임'의 정체를 알린 게 이 캐릭터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개별 행동을 통해 형을 좇았던 이유는, 이 희대의 살인 사건에서 주동자가 형이니 적어도 어떤 계기로 왜 이런 짓을 했는지 경찰들이 오기전에 동생으로서 듣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끝내 답은 듣지 못했고 황인호(이병헌)를 놓쳤지만, 차라리 이 결말이 현실적이라면 더 현실적이었다. 권선징악 프레임이 오히려 더 뻔하지 않은가.
4. 찌질이 민수의 역할, 뭐라도 있을 줄 알았다?!
찌질이 민수니까 뭐라도 없는게 더 이야기상 자연스럽지 않은가. 애초에 시즌2에서 그래도 민수를 생각해줬던 여성참가자가 있었는데, 그 여성참가자가 죽는걸 지켜만 보고 있었던 장면에서 이미 민수의 캐릭터는 회생불가능한 캐릭터였다. 그러니 어쨌든 자기 자신을 괴롭힌 일진과 같은 존재들에 대한 '분노'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갑자기 늠름해져서 복수하는 것보다, 약에라도 취해서 복수에 성공하는 게 찌질이 민수 캐릭터에 더 어울렸다고 본다. 복수에 성공한 이후에는, 죄책감에 시달려 혼자 미쳐버린 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설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 여성참가자의 손과 대비대며 죽음의 봉을 잡고 생을 마감한다. 너무 깔끔했다.
5. 강노을도 대체 뭐한거냐, 한 게 없다?!
애초에 강노을은 성기훈처럼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자신의 딸을 찾고자 돈을 벌려고 저격알바를 했을 뿐이고, 다만 자신의 딸과 대비되는 투병중인 딸을 가진 게임참가자만큼은 살려내고 싶었을 뿐이다. 이는 자신의 생애을 투영했기 때문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결국 그 게임참가자를 살려내어 빼냈고, 자신의 딸의 진짜 소식을 접하고 그곳을 나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건강해진 딸과 그 아버지 게임참가자와 재회했고, 자신의 정체는 밝히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군더더기 없이 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