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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원 Jan 06. 2019

-친애하는 게임에게-

Stage 1. 친애하는 게임에게



크리스마스이브 날이면 어김없이 산타할아버지가

(그것이 엄마의 밑장 빼기일지라도)

내게 게임기를 주실 거란 기대감에 부푼 채로 

잠을 자는 그 시절부터

Snow Bros를 원 코인 클리어하는 내 모습을 꿈꾸며 

코 묻은 용돈 몇백 원을 들고 오락실로 달려가는 그때부터  

난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지


널 사랑하는구나.


너에게 나의 모든 걸 걸 만큼 진정, 깊이 사랑했지.

마음과 몸, 또 기백과 영혼까지.


다섯 살 아이였을 때부터 널 깊이 사랑했고 그 여정의 끝이 어디까지 일지... 난 상상할 수 없었어.

그저 열심히 즐기고 있는 나만 보였을 뿐.


그렇게 난 달렸지.

던전을 종횡으로 누볐어.

널 위해 

넌 나에게 늘 도전을 요구했고,

난 나의 모든 용돈을 네게 바쳤어,

왜냐면 넌 내게

훨씬 더 많은 걸 줬기 때문이야.


플레이는 욕과 싸움들로 얼룩졌어.

도전 때문만이 아니라

네가 나에게, player2가 나에게 요구했기 때문이지.

나의 모든 것들이 너 때문이었어.

너 때문에 나는 삶의 재미를 느꼈고, 목표를 만들어 갔지

너 또한 나로 인해 성장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라는 걸 느꼈어.


다섯 살 소년은 너로 인해 그때부터 닌텐도의 게임 개발자를 꿈꾸었지.

그 때문에도 넌 언제나 내 사랑

하지만 더 이상은 널 집요하게 추구할 수가 없구나.

이번 공채 지원을 끝으로 이제 그만

널 놓아주려 해

심장이 여전히 쿵쾅거리고

머리로도 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라는 걸 내 통장의 잔고들이 알려주고 있어.


괜찮아.

기꺼이 널 놓아줄 거야.

이제 네가 알아줬으면 해.

우리 둘 다, 함께 해온 시간들을 음미할 수 있으리란 걸

좋은 일, 나쁜 일.

우린 우리가 지닌 모든 걸 서로에게 줬어


둘 다 알지, 네가 앞으로 뭘 하든 난 언제나 그 아이란 걸

코 묻은 용돈을 들고 동네의 오락실들을 누비는,

 죽어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게임이 5초 남은 상황에서 두 바지 주머니에 돈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그 아이. 


5

4

3

2

1


Game over


영원히 사랑을 담아

발컨 김 선생





-코비 브라이언트의 Dear.Basketball을 오마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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