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이야.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실수해도 괜찮아.
잘 못해도 괜찮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넌 계속 자라고 있어.”
한 번에 잘 해내지 못했다고 속상해할 필요 없다.
누구나 처음엔 서툴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서툶을 견디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속에서 천천히 무언가 단단해지고 있다.
“두뇌는 고정된 게 아니야.
연습하면 단련되는 근육과 같아.
노력하면 더 똑똑해질 수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
이건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뇌과학도 그렇게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능력이다.
실패나 좌절을 겪은 뒤에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은 키워질 수 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기회다. 부모가 그것을 먼저 믿어줄 때,
아이도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그 믿음은,
"다시 해볼래"라는 말과 함께 아이 마음속에 근육처럼 자란다.
........................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종이를 건넨다.
받아쓰기 30점.
문제지 귀퉁이가 접혀 있고, ‘틀렸어요’ 도장이 빨갛다.
“엄마! 나 바보야?”
“선생님이 엄마 사인받아오래…”
나는 종이를 받아 들고 잠깐 숨을 고른다.
“음… 배우고 있는 중이잖아. 틀린 것 중에, 지금 쓸 수 있는 단어 있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답한다.
“응! 않겠습니다! ‘ㄶ’ 받침!”
“봐봐, 시험 덕분에 하나 배웠네.
틀려도 괜찮아. 지금은 배우는 중이니까.
중요한 건, 틀린 문제를 다시 보려는 그 마음이야.”
아이는 씩 웃는다.
종이에서 펜으로, 다시 시작이다.
........................
어른이든 아이든,
실수한 뒤에 다시 펜을 드는 건
마음이 안전하다는 증거다.
그 안정감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괜찮아, 지금은 배우는 중이야.”
아이를 키우며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나 못 해" "못할 거 같아" "이건 어려워요" 다. 이 말은 도움 요청하는 신호다. 아이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계속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스스로 도 헷갈리고 있는 중이다. 그때 필요한 건 조언보다.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 이 한마디다.
그 말은 스스로를 믿게 한다.
아이 맘 깊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이야”라는 말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 말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부모가 실수 앞에서 아이에게 건네는 첫 문장부터 달라져야 한다.
괜.찮.아! 지.금.은! 점.점!
ps.
노력은 땀 냄새나는 단어 같지만,
가끔은 조용히 혼자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제보다 조금 덜 미루고,
한 페이지라도 넘긴 내가
스스로를 살짝 토닥여주는 일.
실수는 끝장판이 아니라 그냥
약간 틀린 채로 흘러가는 하루.
다시 해보면 또 다른 모양이 나오는 거고,
어쩌면 그게 괜찮은 거다.
그걸 옆에서,
“괜찮아, 그런 날도 있지”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부모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조금 아니 꽤나 든든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