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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스위치 ON:제안형 대화가 성적을 바꾼다

집중을 켜는 주문

by 최윤희

아이에게 만들어줘야 할 인생의 무기 6가지 _ [자기 조절. 언어 편]


공부는 머리싸움이 아니라 브레이크 싸움이다. 멈출 줄 알고 다시 달릴 줄 아는 힘이 자기조절력이다. 계획표가 화려해도 브레이크가 없다면 금세 커브 밖으로 이탈한다. 자기조절력은 초등 시기에 길러야 할 학습 근력이자 성적을 지탱하는 기본기이다. 아이를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시작 버튼이다. AI가 정답을 대신 내는 시대일수록 판단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성적과 삶을 가른다. 결국 성적은 결과이고 자기조절력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있으면 점수는 흔들려도 공부는 무너지지 않는다.


현장의 답은 하나이다. 자기조절력은 성적·습관·자존감을 함께 끌어올리는 견인힘이다. 연료는 부모의 신뢰와 선택권이다. 지시 대신 제안이 필요하다. “숙제해!”가 아니라 “먼저 10분만 해 보면 어떨까”라고 묻는다. 아이의 자기조절력은 부모의 말속에서 자란다.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기르려면 부모의 말은 ‘명령’이 아닌 ‘제안’이 되어야 한다. 제안은 아이를 멈춰서 자기 안의 힘을 꺼내게 한다.


“지금 당장 그만해!” “하지 마!” “약속했잖아!” 같은 말은 아이의 감정을 자극하고 반항심을 키우기 쉽다. 반면 다음과 같은 말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조절의 여지를 넓힌다.

“조금 더 하고 싶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

“약속한 시각이 다 됐는데 이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면서도 자기조절력을 유도한다. 선택지는 자율성을 만들고 자율성은 조절력을 키운다.

제안을 잘하려면 원칙이 있다.

감정은 공감하고 행동은 제안으로 이끈다. “화났구나.” “속상했겠다.”처럼 감정을 먼저 수용한 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 생각은 어때?”처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중요한 건 생각을 끌어내는게 아니라 아이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이 부드러운 말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그건 안 돼.” “지금은 멈춰야 해.”처럼 짧고 명확한 경계는 아이에게 ‘멈춰야 할 선’을 알려준다. 제안은 자율성을 키우고 단호함은 안전한 경계를 세운다. 이 두 언어는 함께 갈 때 아이는 자신을 조절하는 내면의 힘을 자연스럽게 키워간다.



[대화 사례: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제안]


세윤: (거실에서 게임을 하며) 아빠, 조금만 더 하고 싶어.

부모: 아직 끝내기 아쉬운 마음이구나. 지금 게임이 어디까지 왔 어?

세윤: 곧 레벨 깰 수 있어.

부모: 그렇구나. 약속 시간은 다 됐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세윤: 한 판만 더 하고 끌게. 부모: 좋아. 그럼 한 판 끝나면 스스로 꺼줄 수 있겠니?

세윤: 응.

부모: 네가 약속 지키면 나는 잔소리 안 하고 기다릴게. (5분 후 세윤이 게임을 끔)

부모: 지금 스스로 마무리한 거 정말 좋다. 기분이 어때?

세윤: 음…… 깔끔해. 근데 숙제는 하기 싫다.

부모: 하기 싫은 마음이구나. 숙제를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 지금? 아니면 조금 있다가?

세윤: 조금 있다가 할래. 부모: 그래. 알겠어. 그러면 몇 분 후에 시작할지 네가 정해줘. 네가 정한 시간에는 내가 안 건드릴게.

세윤: 그럼 20분 후.

부모: 그래. 그 시간 되면 네 방식대로 시작해 보자. 혹시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준비물은 뭐가 있을까?

세윤: 연필 깎고 국어책이랑 공책

부모: 알겠어. 그러면 준비까지 마치고 20분 뒤에 시작하는 거다.

(20분 후)

부모: 세윤아 네가 정한 시간이 됐네. 준비 다 했어?

세윤: 응. 지금 시작할게.

부모: 그래. 알겠어. 네가 스스로 정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모습 참 믿음직스럽다.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한 뒤 그 이유를 함께 설 명하면 아이가 더 잘 수용한다는 인지심리학 연구결과가 있다. 여기에 시간과 행동을 정할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면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세지고 부모와의 협력이 쉬워진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면 어때? 이 2가지 말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토요일 오전 10시 연재 중 #아이의 성장스위치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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