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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Mar 07. 2018

어떻게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까?


최근 사업을 하다보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라.’

‘이제는 하이테크가 아닌 하이터치(감성)의 시대다.’


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커피가 맛있는 집보다, 분위기가 좋은(감성적인) 카페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상품을 살 때 성능보다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것 또한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감성’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전의 뜻에 의하면, 감성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어떤 느낌을 가지는 상태나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좋은 분위기(감성)’을 갖춘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좋은 자극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오감(시각, 후각, 촉각, 청각, 미각)에서 온다. 식당의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니 미각은 제외하고 나머지 4가지의 감각에 좋은 자극을 가한다면, 당신의 사업(상품)은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미국의 색채 심리학자인 루이스 체스킨은 한 실험을 했다. 그는 똑같은 성분의 중성세제를 용기만 다르게 해서 종류가 세 가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포장 용기의 색은 노랑, 파랑, 파랑 바탕에 노랑을 뿌려놓은 색 3가지였다. 체스킨은 이 세 가지 용기의 중성세제를 소비자들에게 사용토록 한 뒤 평가를 들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분명히 용기만 다른 동일한 성분의 세제임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노란색 용기를 사용한 소비자는 ‘오염물은 잘 제거되지만 손이 거칠어진다.’라고 대답했고, 파란색 용기를 사용한 소비자는 ‘세탁 후에는 깨끗한 느낌이지만 오염물은 잘 제거되지 않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파란 바탕에 노란색이 칠해진 용기를 사용한 소비자는 ’오염물이 놀라울 정도로 잘 제거되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같은 세제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루이스 체스킨은 이렇게 상품 자체보다 포장 용기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비합리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3번째의 용기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는 물을 연상시키는 파랑색과, 세제의 입자가 녹아드는 것처럼 노란색을 그려놓은 디자인이 세탁이 잘 될 듯한 이미지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도, 사람들은 상품에 대한 효과를 완전히 달리한다.



1940년, 체스킨은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마가린 회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포장 디자인을 기획했다. 그는 똑같은 마가린을 ‘임페리얼 마가린’이라고 이름 붙여 금색 호일로 감싸고, 포장에는 푸른색 왕관을 그려 넣도록 회사에 건의했다. 그는 기존의 마가린 디자인과,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두 개의 마가린 포장(기존의 디자인, 새로운 디자인)을 같이 꺼내놓고, 사람들이 각각의 마가린을 빵에 발라먹은 후 맛을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의 결과는, 임페리얼 마가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우리는 체스킨의 실험 결과를 통해, 사업에 무엇을 적용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상품의 품질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용기의 디자인, 매장의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 꼭 많은 돈을 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에 있던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보존해서 빈티지한 감성을 살릴 수도 있고, 작은 소품들이나 용기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괜찮은 인테리어나 디자인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다면 장사가 잘 되는 분위기 좋은 매장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에는 후각과 관련된 다른 연구 결과를 보자.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의 쟈넷 박사는 향기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연관성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방에 사람들을 위치시켰다. 그 다음 하나의 방에는 샤넬 NO.5 향수를 뿌리고, 하나의 방에는 아무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이들은 연구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일,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글을 썼다.


또한 연구팀은 실험대상자들이 글을 다 쓴 뒤, 무언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했다. 이 두 팀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샤넬 NO.5 향수가 뿌려진 방에 있던 사람들은 향수가 뿌려지지 않은 방에 있던 사람들보다 ‘행복’에 관련된 단어를 무려 3배 이상 많이 사용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할 때에는 5배 이상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좋은 향기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객관적으로 보여 준다. 이 말은 우리가 상품을 판매할 때나 매장을 관리할 때,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후각에 예민한 사람들은 단지 냄새 하나만으로도 매장의 모든 것을 미리 판단해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테이블, 메뉴판, 수저통 등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고객들에게는 가장 예민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86년, 미국의 잡지 <소비자연구>에서 학자 밀리만은 노래의 템포와 소비자들의 행동의 연관성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가 한 실험은 인구 15만 명이 사는 도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진행되었다. 밀라만은 같은 음악을 두 개의 템포로 만들어 슈퍼마켓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들리도록 했다. 실험을 하는 시간 동안 빠른 템포(1분에 93박)과 느린 템포(1분에 73박), 노래가 아예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모두 소비자들의 행동을 측정했다. 밀리만은 실험을 위한 특정 구역을 정해 놓고 노래의 템포에 따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간이 어떻게 변동되는지, 판매량에 변화가 새기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노래의 템포가 빠를수록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고정 체류시간이 짧았다. 이에 따라 상품의 판매액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슈퍼마켓에 방문했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밀리만은 매장의 출구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매장에서 들었던 음악이 기억나시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매장 안에서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 노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밀리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주로 들려줌으로써, 고객들이 여유를 갖고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도록 만들 수 있다.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매출도 같이 상승할 확률이 높고, 장사가 잘 되는 가게처럼 보여 더 많은 고객들을 불러 모으게 될 것이다.



촉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우 박사는 조지아 대학의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 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보다 자극적인 실험을 위해 인간과 94%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붉은 털 원숭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할로우 박사는 갓 태어난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격리시켜, 각각 4마리 씩 두 가지의 다른 우리에 집어넣었다. 한 쪽 우리에는 헝겊으로 덮혀 있는 어미(모형)가 있고, 다른 쪽은 철사로 만들어졌지만 우유가 나오는 어미(모형)이 있었다. 이렇게 두 우리에서 키워진 원숭이들은 나중에 두 어미 중 한명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을 때 망설임 없이 헝겊어미를 택했다. 어떤 우리에서 키워졌든지 말이다. 이들은 배가 고프면 철사어미에게 가서 우유를 먹고는 금방 다시 헝겊 어미한테로 돌아왔다. 심지어 헝겊어미에게 다가가는 원숭이들에게 차가운 물을 끼얹거나 뾰족한 물건으로 찌르는 자극을 주어도 그들은 헝겊어미에게 안겨서 찔려 죽는 쪽을 선택했다.


이런 현상을 ‘접촉 위안’이라고 한다. 차갑고 딱딱한 것보다, 부드럽고 포근한 것에 훨씬 편안함을 느끼는 현상이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좋은 가죽이나, 카펫, 푹신한 쇼파, 쿠션 등 부드럽고 포근한 소품들을 이용해 단순히 편안함뿐만 아니라 심신의 위안까지 같이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소품들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따뜻한 커피나 차를 한 잔 제공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로렌스 윌리엄스 박사와 예일대학의 존 바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따뜻한 물건을 손에 쥔 사람은 마음까지 따뜻해지며, 앞에 있는 사람을 좋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본격적인 실험의 시작 전에, 실험 대상자들이 차가운 커피와 따뜻한 커피를 잠시 들고 있게 했다. 이후 실험실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A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준 뒤, 그들이 A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A가 관대하고 배려심이 있으며 온화하다고 평가했던 반면, 차가운 커피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A가 과민하고 비사교적이며 이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놀라운 것을 알려준다. 따뜻하거나 차가운 물건을 만지는 등의 일시적인 ‘온도’차이가 사람들의 행동과 기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말이다.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고객들의 오감에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오감을 기분 좋게 자극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하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최인철 교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수많은 행동 중에서도 단일행동으로는 여행이 압도적으로 행복감을 준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여행을 조금 더 자주 가십시오. 여행을 가는 것은 대체 왜 이렇게 행복감을 주느냐. 가장 기본적으로 ’벗어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뭔가로 부터 떨어져보는 경험은 상당한 행복감을 줍니다.’


아무리 편하게 꾸며놓은 매장이라도 집에 있는 쇼파와 침대보다 편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집보다 여유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는 이유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분 좋게 오감을 자극 하는 방법’에 대해 확인하길 바란다.


상품의 디자인, 매장의 인테리어는 아름답게 하라. 그러면서도 내용의 가치를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향기를 은은하게 퍼뜨려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음악의 템포는 천천한 것으로 정하라. 사람들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해야 한다.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을 제공하라. 따뜻한 온도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명심하라.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하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오감을 기분 좋게 자극시켜야 한다.  


일본 1,400여 곳 이상의 츠타야 매장을 운영하는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저서 <지적자본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물리적인 장소에 사람을 모으려면 인터넷상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식적으로 도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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