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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Mar 15. 2018

고객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은?


스타벅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스타벅스의 국가별 커피 가격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주요 도시별 스타벅스의 가격은 충분히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 하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의 도시별 가격이 파리에서 4,023원, 도쿄 3,633원, 미국이 2,477원인데 비해 서울은 무려 4,100원이니 말이다. 각 나라들의 물가와 평균 임금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네 나라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어야 맞다. 그렇다면 정말 스타벅스는 한국에서만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에는 이것과 정 반대의 자료를 살펴보자. 2016년의 스타벅스 코리아는 매출액의 정점을 찍어 드디어 1조의 벽을 넘어섰다. 그러나 스타벅스 코리아의 2016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이 1조에 달하는 것에 반해 영업이익은 853억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이 8.5%에 그치는 것이다. 반면 미국 스타벅스의 2016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213억 달러(약 22조원) 대비 영업이익은 42억 달러(약 5조원)이다.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한다. 아무리 해외에서 오는 수수료를 감안한다고 해도, 아메리카노가 2,477원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도쿄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633원으로 우리나라보다 무려 5백원이 더 저렴하지만, 일본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우리나라보다 2% 이상을 상회한다.


만약 스타벅스코리아가 정말 다른 나라들에 비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의 뜻은, 한국의 특성상 커피의 가격을 높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운영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스타벅스가 주로 포진해 있는 한국 번화가의 높은 임대료가 원인이고, 두 번째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이한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원인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뉴욕과 도쿄 또한 임대료가 엄청나게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영업이익률 차이를 설명하기엔 맹점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 기이한 현상을 두 번째 이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는 한국의 스타벅스에 비해 매장의 면적이 작다. 한국은 대부분이 231미터제곱(약 70평) 이상으로, 132~165미터제곱(약 40~50평)인 미국에 비해 꽤 차이가 난다. 이 이유에 대해서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 등 서구에선 테이크아웃 문화가 발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매장에서 대화나 업무를 하는 문화가 강해 넓고 쾌적한 공간이 필요하다.’


의자에 한 번 앉으면 도무지 일어나지를 않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 탓에, 한국의 카페들은 회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회전율이 낮아지면, 받을 수 있는 고객이 적어지므로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의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높게 잡았을 뿐이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는 가게들이 너무 많다.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탓에, 손님들은 몰려서 줄을 서는데 한 번 앉은 손님들이 나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계속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선 회전율이 높아야 하는데, 고객들이 이런 사장의 마음을 알아줄 리가 없다. 그렇다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까? 어떤 전문가들의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빠른 음악을 틀고, 고객을 불편한 의자에 앉혀라.’


오래 앉아있기 불편한 의자와, 여유롭지 않은 느낌의 노래를 틀어서 빨리 음식만 먹고 나가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맥도날드가 정확히 이런 방식으로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는 푹신한 의자가 없다. 또한 많은 매장에서 빠른 음악을 틀곤 하는데, 이것 또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맥도날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앞서가 인테리어까지 신경을 썼다.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도배를 하고, 심지어 종업원들의 옷까지 원색으로 만들었다. 고객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들어 얼른 먹고 나가고 싶어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고객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하나하나씩 영향을 준다. 기업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점에 한 시간을 있던, 20분을 있던, 햄버거 한 세트만을 먹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방법으로 회전율을 높이면서 장사가 잘되는 경우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가는 사람들은 애초에 목적이 빨리 먹는 것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가 아닌가. 하지만 당신이 만약 섣불리 이런 방식으로 회전율을 높이려 한다면, 있던 단골고객마저 잃는 수가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 한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회전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오레노 프렌치’라는 가게가 있다. 이 가게는 일류 요리사가 고급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파는데, 가격이 황당할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10만원 정도는 내고 먹어야 하는 요리들을, 오레노에서는 1만원~3만원 이내로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원가율은 대략 60~80%에 달한다. 보통 30% 정도인 다른 가게들에 비하면 압도적인 원가율로, 이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정도다. 게다가 오레노는 임대료가 비싼 번화가에 지점을 낸다.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오레노의 수익전략은 엄청난 회전율에 있다. 오레노는 스탠딩 좌석을 도입했다.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와 서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또한, 먹는 시간에 제한을 뒀다. 매장에 들어온 지 한 시간 50분이 지나면 음식을 다 먹지 못해도 무조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장을 작게 만들어 사람들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절대 테이블을 비우지 않는다. 일본에서 오레노의 이런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하루 저녁에 4회전 이상을 하며 박리다매의 전략으로 승부한 것이다. 일본 자영업계의 스타 컨설턴트이자 채러티사의 대표이사인 다카이 요코는 인터뷰에서 오레노 프렌치의 성공 사례를 예를 들며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일반 음식점에선 원가율이 30%를 넘어가면 대부분 손해가 난다. 만약 음식에 자부심이 커 원가율을 높이고 싶다면, 회전율도 높여야 한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 식당 ‘오레노 프렌치’는 푸아그라 등 고급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3000엔(약 3만2000원) 이하로 판매한다. 원가율이 80%에 달한다. 그래서 스탠딩 좌석을 도입했다. 서서 고급 프랑스 음식을 먹는 것이다. 앉아서 먹는 테이블을 도입한 매장엔 시간제한을 뒀다. 원가율이 높은 대신 회전율도 같이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오레노는 일본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컨설턴트는 오레노 프렌치의 사례를 예로 들며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에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오레노는 이태원의 직영점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본과 동일하게 서서 먹는 시스템과 시간제한을 운영했다. 좌석을 두긴 두었지만 추가 요금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과연 이 방법이 똑같이 효과적이었을까?



2016년부터 한국에 있는 오레노 매장들은 서서 먹게 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좌석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간제한도 포기했다. 한국 소비자들과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앉아서 먹는 것을 좋아했고, 시간에 쫓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다면 도저히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한국에서는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쓸 때 굉장히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 절대 손님들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면서도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최근 가구 기업 이케아가 푸드코트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전략이다.


이케아의 푸드코트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며 손님들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가구 쇼핑을 마친 후 오래 앉아 있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회전율이 떨어지는 것이 유일한 고민이었다. 이케아는 결국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게 된다. 다음은 최근 기사의 내용이다.



‘일본 트위터 이용자 마츠오카 아츠시는 지난 6일 "엄청 붐비는 이케아 푸드코트에서 이런 종이를 받았다"며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그는 "30분 안에 좌석을 비워주면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교환해준다는, 혼잡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케아에서 나눠준 종이에는 "영수증에 인쇄된 시간부터 30분 안으로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신 분께 소프트아이스크림 쿠폰을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레스토랑 직원에게 영수증을 제시하면 교환권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와 있다.‘


이케아는 의자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고, 손님들을 서서 먹게 하지도 않고, 빠른 음악을 틀지도 않았다. 다만, 고객들을 진심으로 위하면서도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케아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푸드코트가 아닌 후불제로 계산하는 음식점이라면, ‘1시간 내에 다 먹고 나가는 손님에게는 10% 할인을 해드립니다.’ 라는 등의 윈윈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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