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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우 Oct 08. 2024

좋은 담당은 퇴사한 담당이다.

담당이 자꾸만 사라지는 신비한 마법 

출판사 PD라는 직업이 박봉에 일이 고되다는 것은 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 좀 치는데?

하는 담당은 자꾸 사라진다.

어디로?

이직, 전직, 영영 볼 수 없는 퇴사로...


이전에 어떤 작품 작업 도중에는 담당자가 네 번 바뀌었다.

첫 번째 담당자가 퇴사할 때는 참 속상했다.

일을 꽤 잘해줬기 때문이었다.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도 잘 체크해 줬고. 

이것저것 잘 따오기도 했다.


그러던 그 담당이 어느 날 하는 말.

"작가님. 저 다음 주에 퇴사합니다."

"네?"

청천벽력 같았다. 

아니 우리 좋았잖아요...


그 담당은 다른 회사로 갔다. 

물론 나에게 다시 만나서 같이 작품 하자는 말을 남겼지만, 그는 몇 년째 소식이 없다. 

잘 살아 있는 걸까?

잘 살아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두 번째 담당은 전직했다. 이 업계를 떠났다는 말이다.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는 그럭저럭 일을 잘했고, 실수가 난 적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잘 수습했다.

사과도 잘했고. 

일단 사과라도 잘하면 반은 먹고 가는 게 사회생활 아니겠는가.

그 역시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세 번째 담당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출판사 내부적 사정으로 인한 것이리라 본다.

담당이 바뀌었고...


마지막 담당은 내게 미안해하며 말했다.

"작가님. 저 퇴사합니다."

"예?"


이제는 덜 놀란다. 

그래도 여태 작업하던 정이 있으니 조금 놀라기는 한다.


이직하겠거니, 했는데. 아예 업을 떠난다고 했다. 돌아올 생각도 없다고...

근데 꼭 곧 죽을 사람처럼 말해서 좀 의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그 담당이 어디선가 꼭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장기간 연재를 하면 담당이 자꾸만 사라지는 마법을 겪는다.

근데 그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잘 맞는 담당과 부디 오래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그리고 그 담당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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