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o Begin from the Beginning

배민혁 트리오

by 김성대
재즈기타.jpg
그랜트그린.JPG
배민혁 트리오의 《To Begin from the Beginning》 재킷 사진은 그랜트 그린의 《Idle Moments》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연주도 그렇다.


오늘 아침은 재즈 기타로 문을 열었다.

나는 재즈 악기들 중 기타를 가장 좋아한다.

한때 조 패스, 웨스 몽고메리, 짐 홀,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저들 연주엔 다른 듯 같은 낭만, 여유, 배려가 있었다.

벨벳처럼 보드라운 기타 톤의 온기,

그 넉넉한 연주 안에서 나는 하루의 피로를 풀곤 했다.

대략 20년 전 이야기다.


재즈 기타를 전제로, 팀 구성은 어쿠스틱 베이스와 드럼이 함께 하는 트리오를 즐겼다.

느긋하게 거니는 베이스walking bass, 말을 아끼는 드럼의 과묵함이

솜 같은 코드 얼개voicing로 무장한 기타의 속삭임과 그림처럼 어울린다.

피아노든 트럼펫이든 색소폰이든

더 곁들이면 사족이 될 완벽한 균형감이 저 라인업에는 있다.


배민혁 트리오의 To Begin from the Beginning》는 그래서 내 재즈 취향의 본질을 건드린 셈이다.

이 작품은 그간 잊고 있었던 블루 노트Blue Note 풍 기타 트리오 스타일을 대놓고 펼쳐 보인다.

심지어 흑백으로 처리한 표지 사진도 블루 노트 것가령 그랜트 그린의 《Idle Moments》과 닮았다.


배민혁은 비밥bebop과 스윙swing의 자장 아래

스탠더드 다섯 곡, 직접 쓴 네 곡을 음반에 담았다.

여기서 첫 곡과 끝 곡은 자작곡으로 배치했는데,

고전 앞에 겸손하되 놓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아울러 마지막 곡 제목JAZZ IS DEAD - LONG LIVE THE JAZZ!에 담긴 역설에선 어떤 패기마저 느껴진다.


오래 곁에 두고 들을 국산 재즈 기타 앨범을 2025년 가을에 만났다.




keyword
월, 목, 일 연재
이전 04화앨버트 킹, 스티비 레이 본 'In S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