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혁 트리오
오늘 아침은 재즈 기타로 문을 열었다.
나는 재즈 악기들 중 기타를 가장 좋아한다.
한때 조 패스, 웨스 몽고메리, 짐 홀,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저들 연주엔 다른 듯 같은 낭만, 여유, 배려가 있었다.
벨벳처럼 보드라운 기타 톤의 온기,
그 넉넉한 연주 안에서 나는 하루의 피로를 풀곤 했다.
대략 20년 전 이야기다.
재즈 기타를 전제로, 팀 구성은 어쿠스틱 베이스와 드럼이 함께 하는 트리오를 즐겼다.
느긋하게 거니는 베이스walking bass, 말을 아끼는 드럼의 과묵함이
솜 같은 코드 얼개voicing로 무장한 기타의 속삭임과 그림처럼 어울린다.
피아노든 트럼펫이든 색소폰이든
더 곁들이면 사족이 될 완벽한 균형감이 저 라인업에는 있다.
배민혁 트리오의 《To Begin from the Beginning》는 그래서 내 재즈 취향의 본질을 건드린 셈이다.
이 작품은 그간 잊고 있었던 블루 노트Blue Note 풍 기타 트리오 스타일을 대놓고 펼쳐 보인다.
심지어 흑백으로 처리한 표지 사진도 블루 노트 것가령 그랜트 그린의 《Idle Moments》과 닮았다.
배민혁은 비밥bebop과 스윙swing의 자장 아래
스탠더드 다섯 곡, 직접 쓴 네 곡을 음반에 담았다.
여기서 첫 곡과 끝 곡은 자작곡으로 배치했는데,
고전 앞에 겸손하되 놓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아울러 마지막 곡 제목JAZZ IS DEAD - LONG LIVE THE JAZZ!에 담긴 역설에선 어떤 패기마저 느껴진다.
오래 곁에 두고 들을 국산 재즈 기타 앨범을 2025년 가을에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