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에게 -아/어, -아서/어서의 차이가 극명한 모양이었다.
밥을 먹어 배가 부르다와 밥을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책을 보다 잤다라든가 졸다가 연필이 떨어져 주웠다 같은 문장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지만 비약적으로 주장해 보자면 아서/어서보다 아/어가 더 원시적인 한국어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훈민정음해례본에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라는 부분과 "나ㅣ 이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여덟자를 맹가노니"라는 부분을 생각해 보자(아래 아 등을 입력하기 힘들어 발음을 현대 한글 자모로 옮겼다). 현대 한국어로 각각 달라, 여겨인 달아, 너겨는 달라서(달아서) 여겨서(너겨서)로 표기되지 않았다. 1443년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국어에서 이유나 원인을 표현하는 조사는 아/어가 더 자주 사용되었으리라 생각해 봄직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미 '-아'는 시간 선후 관계, 까닭(이유) 근거, 본용언 보조용언 연결에 사용하는 연결어미이고, 끝음절이 ㅏ, ㅗ인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서 서술, 물음, 명령, 청유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이기도 하다.
'-아서' 역시 시간 선후 관계, 이유나 근거,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 자료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에게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것은 '아서/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아서/-어서/-여서'를 원인이나 이유, 수단 방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가르치고 '아/어'는 주로 종결어미로 가르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실제 한국어 문장을 읽거나 발화를 듣는 상황에서 밥 먹어 배가 부르다라거나, 머리가 너무 자라 지저분하다와 같은 문장이 어색하거나 이상한 문장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생산된 구어와 문어에서 연결어미 '-아(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어 문법을 가르치는 교수 환경에서 이를 알려줄 필요가 있고, -아(어)/-아서(어서)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글맛의 차이에 관해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문학, 한국문화를 깊이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