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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가능하다?

실현 가능하다가 아닌가

by 정선생

'현실'은 명사다.

"바로 눈앞에 사실로서 나타나 있는 사물이나 상태", "가능적 존재에 대한 현재적 존재, 또는 생각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이고도 구체적 존재"를 가리킨다.

같은 한자를 순서만 바꿔 사용하는 '실현'도 명사다.

"실제로 나타나거나 나타냄"을 가리킨다. '-하다'를 붙여서 '타동사(~을 실현하다)'로 만들거나, '-되다'를 붙여서 자동사(꿈이 실현되다)로 쓸 수 있다.

'현실'과 '실현'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하다'와 결합하여 '동사'로 쓰일 수 있느냐 없느냐다.

현실 가능한 목표라는 표현이 보인다. 출판된 책이다. 그 외에도 자주 보이는데 어쩐지 어색하다.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가능하다'와 연결되는 많은 단어가 동사에 가깝다. 식사(하기) 가능, 수영(하기) 가능, 운동(하기) 가능, 쇼핑(하기) 가능, 지출(하기) 가능, 지불(하기) 가능, 통행(하기) 가능, 주정차(하기) 가능 등은 모두 '-하다'와 결합하여 동사로 쓸 수 있는 단어다. 즉 그런 행동이나 상태가 현실에서 펼쳐질 수 있느냐를 표현할 때, "그것은 실현 가능한 일인가"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현실 가능한 일인가라고 쓰지는 않는다.

'현실'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라는 식이 적절하다.

논리적으로도 현실이 가능하다는 말은 이상하다. '현실'은 눈앞에 이미 펼쳐진 상태를 가리키므로 그것이 가능하냐 하지 않느냐를 따질 수 없다.

현실 가능의 여부를 따지는 그 순간조차 이미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눈앞에 없는 것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느냐, 현재 진행되지 않는 일이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느냐를 물으려면 '실현'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은 '현실 가능'이라는 표현을 자주 본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건가. 헷갈린다.

현실적으로 가능, 현실로 가능, 현실임, 현실에서 가능 따위로 쓰는 것이 분명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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