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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와 어쩌면

by 정선생

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어차피'와 '어쩌면'으로 나누어 보면, '어차피' 보다 '어쩌면'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어차피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결과를 규정하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기존의 상태나 상황을 수용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차피는 부정성과 거리가 멀다. 기존의 질서에 맞서지 않으려는 긍정성의 산물이다.

어쩌면은 희망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은 의심이 필요하다. 의심은 긍정성을 방해한다. 멈추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의심은 새로운 가능성을 담보하지도 못한다. 의심이 괜한 것으로 귀결되기도 하니까.

어쩌면은 빠른 진행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방해한다.

그러나 의심은 기존 질서에 맞서 다투어 봄으로써 결론을 얻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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