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쁜 사람들

난 바쁜 사람이 부담스럽다.

by 유무하

몇 년간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큰맘 먹고 전화를 했다.


"잘 지내냐?"


"어, 오래간 만이다, 친구."


"바쁘지?"


"내가 아무리 바빠도 너 만날 시간은 있지. 얼굴 한번 보자."


친구는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었다.


그의 말이 고마웠다.




나는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다 바쁘다.


애들 키우느라 바쁘고, 사업하느라 바쁘고, 술 마시는라 바쁘다.


전화 목소리도 듣고 싶고,

가끔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싶지만,

연락해서 만나자고 말하지 못한다.

한가하게 나를 만나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망설이다 결국 생각을 접는다.


그래서 오는 전화만 받고, 만나자는 사람만 만난다.


그러다 나처럼 한가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얼마 전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유튜브에서, 프린스턴에서 이루어진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언급했다.


피실험자들을 모아 다른 건물로 가서 과제를 발표하도록 지시하고,

과제를 발표하러 가는 도중 길에서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한다.


과제 발표시간이 촉박한 사람일수록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는 횟수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래서 바쁜 것은 악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는 실험이지만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다른 나라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가한 삶보다 바쁜 인생을 추구한다.

나도 바쁜 사람인척 행동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행동을 크게 할 때가 있다.

그래야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게 녹록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바쁘게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도 친한 친구에게 시간을 내어줄 만큼만 마음의 여유라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2화인간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