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파더>로 알츠하이머 체험
어머니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어머니의 뇌는 일분 전 일도 기억해내지 못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계속 만들어낸다.
어쩌면 오래전에 겪은 일들을 뇌가 알아서 각색하고 편집하여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머니처럼 될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
플러리안 젤러 감독의 <더 파더>를 보고,
나의 두려움은 배가되었다.
아니 공포에 가까웠다.
많은 이들이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를 극찬하였지만,
나는 그가 실제 나의 어머니로 보였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해하는 표정이 영락없이 나의 어머니 표정이다.
영화를 보는동안
주인공 <안소니>는 나의 어머니가 되고, 나는 안소니의 딸 <앤>이 되었다.
어머니는 늘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곳은 당신의 집이 아니란다.
어릴 때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독일의 노인 요양시설에는 반드시 요양시설 옆에 가짜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놓는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된 내용일 게다.)
치매 노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던 늘 그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호시설을 떠나 자신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길을 잃어버린다.
노인들은 가짜 버스정류장에 앉아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이미 지나갔다는 보호시설 직원들의 말에 의해 다시 보호시설로 돌아간다고 한다.
모든 이는 돌아가고 싶은 집을 하나씩 품고 있는 것 같다.